"시한폭탄 터진다"는데…2분기 전기·가스료 아직도 안갯속
2분기 전기·가스요금 결정을 둘러싼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잠정 보류한 이후 3주 가까이 지났지만, 조정 시기·폭 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당정의 결단이 늦어질수록 '요금 현실화'를 요청하는 전기 업계와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국회에서 대한상공회의소·전기공사협회 등 산업계 관계자가 참석하는 '전기·가스요금 민당정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 6일 간담회에서 전문가·시민단체 의견 등을 수렴한 만큼 기업 측 이야기도 듣는 차원이다. 그 후에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결국 일러야 다음 주 이후에나 요금 조정이 가능한 셈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에선 요금 인상에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다. 4%대 상승률의 '고물가'가 이어지는 데다, 지지율 하락 등 당 안팎의 악재도 돌출하고 있다. 특히 다음 주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 예정돼 이달 내 발표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다음 달로 넘어가면 6월 말이 유력한 3분기 요금 결정 시기와 가깝다는 고민이 남아있다.
요금 논의 상황을 잘 아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아직 요금 조정 시기나 폭은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 이달 내에 발표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국민이 어려운데 요금 올려야 한다는 설득을 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여당에선 요금 인상에 앞서 한국전력·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뼈를 깎는' 자구책 마련을 강조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이나 대통령실 입장은 당장 (요금을) 올리기보단 두고 보자는 쪽에 가깝다. 한전 등이 내놓을 대책이 얼마나 국민을 이해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산업계에선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기 업계 주요 협·단체로 구성된 전기관련단체협의회는 18일 서울에서 간담회를 열고 조속한 요금 인상을 촉구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이미 한전·가스공사의 경영난에 따른 여파가 적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2분기 요금을 동결하거나 거의 올리지 않으면 한전의 송·배전망 예산 축소, 기자재 발주 감소, 공사 대금 지연 등 전력 시장 안정성이 더 크게 흔들릴 거란 우려도 나왔다. 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국내 전기 산업계는 생태계 붕괴가 우려될 정도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기·가스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부는 '국민 부담 고려'를 내세운 여당과 '에너지 시한폭탄 돌리기'를 지적하는 업계·전문가 사이에 끼인 모양새다. 요금이 언제 결정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각계 의견 수렴, 에너지 공기업 자구 노력 같은 '미션'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h당 10원 안팎의 전기료 조정안을 제시하는 등 요금 인상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관철하지 못하면서 소폭 인상에 가까워지는 기류다.
산업부 관계자는 "발표 시기부터 정해져야 인상 폭도 이야기가 나올 듯하다"면서 "2분기 요금 결정이 늦어질수록 한전에 마이너스가 되는 건 감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방위적 압박을 받는 한전·가스공사도 연일 추가 자구책 논의로 분주하다. 빠르면 이번 주, 늦으면 다음 주께 경영 혁신안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임직원 성과급 반납·연봉 동결 등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당정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한전 관계자는 "아직 자구책을 어떻게 발표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미룰수록 국민이 갚아야 할 공기업 이자 부담만 늘리게 된다. 올여름 냉방 사용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2분기에 요금을 올려야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면서 "국민에겐 현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전기 절약 동참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요금은 선거 승리를 위한 포퓰리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에너지 요금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위원회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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