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도 공매도 ‘역대 최대’…과열이냐, 유동성 장세 진입이냐

강광우 2023. 4. 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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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이나 유동성 장세냐. 이번 달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일평균 공매도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하는 공매도 급증세가 2차 전지 관련주를 중심으로 한 증시 과열 신호라는 시각과 유동성 장세 속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석은 엇갈린다.
18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 및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4.82포인트(0.19%) 내린 2,571.09로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4월 코스피 일평균 공매도 6314억…‘역대 최대’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7일까지 코스피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631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1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월별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으로는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난 1월(3730억원)과 2월(4320억원), 3월(4259억원)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직전 최대 기록은 2021년 5월의 5785억원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증시 급락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3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뒤 1년 2개월 만에 코스피200·코스닥150 편입 종목에 한에서만 공매도를 재개했을 때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스닥 시장에서도 이번 달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이 역대 최대인 3585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최대 기록은 지난 3월(2887억원)로, 두 달 연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전에는 코스닥 시장의 월별 일평균 공매도 규모가 2000억원을 넘은 적이 없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공매도 대기자금 성격으로 분류되는 대차거래 잔고 규모도 높은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대차거래 잔고 금액은 81조533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일 80조원을 넘어선 뒤 6거래일 연속 80조원을 웃돌고 있다. 대차거래 잔고 금액이 80조원을 넘어선 건 2021년 11월 16일(80조2430억원)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일정 수수료를 받고 다른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준 뒤 약정한 날짜에 이를 돌려받는 거래로, 대차거래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이다. 국내에서는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돼 있어 공매도하려면 대차거래를 해야 하는 만큼, 이를 통해 공매도의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2차 전지 등 과열 신호” vs “증시 자금 유입으로 상승세 지속”


공매도는 실제로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파는 투자기법으로 일반적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사용된다. 100원짜리 주식을 빌려 매도했다고 가정했을 때, 주가가 70원으로 떨어지면 70원짜리 주식을 사서 갚으면 되기 때문에 30원의 이익을 보는 식이다.

공매도 투자가 늘어났다는 건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최근 공매도 거래는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다. 이번 달 코스피 공매도 거래액에서 외국인 비중은 79.3%에 달했다. 코스닥 공매도 거래액에서 외국인 거래 비중은 58.9%였다. 외국인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한국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차 전지와 중국 리오프닝 등 일부 테마에 대한 과열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최근 주가지수는 오르는 추세지만, 경기 침체 우려로 투자 환경 자체는 좋지 않아 테마를 공격적으로 좇기보다 방어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공매도가 집중된 종목은 2차 전지 관련주다. 일례로 최근 주가가 급등한 2차 전지 관련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이달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각각 540억원, 562억원에 달했다. 두 종목에 몰린 공매도 거래액이 이달 코스닥 전체 공매도의 30%가 넘는다.

주식 시장에 다시 자금이 몰리면서 공매도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는 유동성 장세에 접어들어 추가적인 증시 상승세도 가능하단 의미다.

실제로 공매도 규모가 늘어난 것처럼 최근 거래대금도 늘었다. 이번 달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27조2464억원으로 지난 1월(13조1423억원)의 2배 수준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거래 대금이 늘어날 때 공매도도 함께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에코프로 주가가 조정을 받아도 지수가 상승하는 건 증시 자금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또 다른 종목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차 전지 관련주 과열에 따라 공매도가 증가했지만, 유동성 공급으로 주가 상승이 지속했고 이에 따른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의 쇼트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해 다시 사들이는 것) 때문에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순환 구조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 공매도 규모가 늘어났을 때는 코스닥 시장이 전체적으로 과열됐던 것과 달리 최근엔 2차 전지 등 일부에서만 국한돼 과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때문에 과열이 해소되더라도 지수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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