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7번 언급한 尹…"전세사기 비극 희생자 역시 청년"
윤석열 대통령의 18일 국무회의 키워드는 ‘청년·미래세대’였다. 국가채무 증가(빚)와 고용 세습(일자리), 전세 사기(주거), 마약(건강)을 청년의 삶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청사에서 주재한 제16회 국무회의에서 “국가채무 증가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될 것”이라며 “방만한 지출로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착취”라고 말했다. 2022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사상 최초로 1000조원을 돌파한 1067조 7000억원이었다. 윤 대통령은 전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정부 수립 이후 70년간 쌓인 채무가 약 600조원이었는데 지난 정권에서 무려 400조원이 추가로 늘어났다”며 “무분별한 현금 살포와 선심성 포퓰리즘은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정부 지출의 원칙으로 “국방, 법치와 같은 국가 본질 기능”, “약자 보호 등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역할”, “미래 성장동력 구축 등 국가 중장기 과제”를 제시했다. 국회를 향해 윤 대통령은 “재정준칙 법안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논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은 30개월째 처리가 안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노사 단체협약으로 직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고용세습을 “매우 잘못된 관행”이라며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부당한 기득권 세습으로 미래 세대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에 대해 윤 대통령은 “정부는 지금 광범위한 여론 수렴을 위해 1대1 대면 조사, FGI(포커스 그룹 인터뷰), 표본 여론조사 등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런 여론조사도 결과뿐 아니라 내용도 과정도 모두 공개돼야 한다”며 “특히 표본 여론조사는 표본 설정 체계가 과학적이고 대표성이 객관화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 최대 69시간제’ 논란을 야기한 근로시간제 개편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당부로 해석된다.
최근 전세 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것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약자 상대 범죄”라며 “이 비극적 사건의 희생자 역시 청년 미래 세대”라고 말했다. 이어 비공개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경매 일정의 중단·유예 방안을 보고받은 뒤 이를 시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마약류 관리 대책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윤 대통령은 “가장 충격적인 것은 마약이 미래 세대인 청소년에게 널리 유포되어 있다는 사실”이라며 “수사 사법당국과 함께 정부의 총체적 대응이 강력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만 미래세대를 7번 언급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전 정부나 기성세대의 방관 속에 청년들이 빚과 주거, 일자리 문제에 신음하고 있다”며 “청년 문제 해결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는 게 윤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정부 출범 1주년(5월 10일)을 앞두고 개각 관련 보도가 이어지는 데 대해 “흔들리지 않도록 국무위원들이 중심을 잡고 국민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국정 운영에 임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날 대통령실 참모 40여 명의 총선 차출설을 일축한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尹 “한·미, 이익따른 이합집산 아냐”=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미국 국빈 방문과 관련해 “한·미 동맹은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관계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동맹”이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는 이해가 대립하거나 문제가 생겨도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회복력 있는 가치 동맹”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의혹 논란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형제가 여러 가지 이유로 싸울 수도 있지만, 다툰다고 해서 형제 관계나 가족이 아닌 건 아니지 않나”라고 비유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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