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무성하던 '中 비밀경찰서', 뉴욕서 FBI가 검거

[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미 연방수사국(FBI)이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향우회 간판을 걸고 중국 비밀경찰서를 운영한 혐의로 중국계 남성 2명을 체포했다. 중국 정부가 세계에서 비밀 경찰서를 운영한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실제로 체포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17일(현지시간) 미 법무부 발표와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 등을 종합하면 FBI는 이날 뉴욕 맨해튼에서 중국 공안부 소속의 불법 비밀경찰서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로 중국계 미국인 루젠왕(61)과 천진핑(59)을 체포해 기소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 정부의 요원 활동을 공모한 혐의와 중국 공안부와의 통신 기록을 삭제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미국 시민권자인 루젠왕은 미국 내 중국 푸젠성 출신들의 향우회인 '창러공회'의 회장이다. '푸젠성 출신 중국인들에게 만남의 장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결성된 창러공회는 지난 2016년 130만 달러(약 17억원)에 맨해튼 차이나타운 6층 건물의 사무실 공간을 임대했다.

사무실 외벽에는 향우회란 표식이 부착됐지만, FBI와 브루클린 연방검찰은 이 공간이 중국의 비밀경찰서로 활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법무부의 매슈 올슨 국가안보부문 차관보는 성명에서 "중국 정부는 억압적인 안보 기구를 통해 뉴욕시에 물리적인 비밀 공간을 설치하고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감시하고 위협했다"며 "이런 중국의 행동은 국민국가에 허용되는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해 중국 정부가 전 세계 50여개 국에서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면서 중국 출신 해외 거주 인사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후 캐나다와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은 중국에 비밀경찰서 운영 중단을 요구했지만, 실제로 비밀경찰서와 관련해 체포와 기소가 이뤄진 것은 미국이 처음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와 별개로 미 법무부는 이날 중국 등지에 거점을 둔 채 가짜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이용, 중국 정부에 비우호적 발언을 하거나 민주화를 주장하는 인사들을 협박하는 등 활동을 해 온 중국 공안부 소속 '댓글부대' 요원 34명을 궐석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912 특별 프로젝트 실무그룹'이란 이름의 팀에 소속돼 중국 정부와 상반되는 견해를 가진 반체제 인사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협박을 가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요원은 트위터 등 SNS에서 수천 개의 가짜 계정을 만들어 중국을 향한 민주화 요구 발언에 대응하거나 중국 정부 정책을 비호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또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31주년을 추모하는 화상 컨퍼런스 행사를 방해하고자 2020년 관련 화상회의 방에 몰려가 시끄러운 음악과 비명 소리로 진행을 방해하고, 다른 참석자들에게 위협적인 발언을 퍼붓는 등 행태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소 대상이 된 중국 공안부 소속 요원들은 현재 중국 또는 중국 외 아시아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신병을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미 법무부는 밝혔다.

이와 관련, 미 법무부는 해당 화상회의 방해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2020년 기소된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의 중국 국적 전직 임원 등에 대한 공소사실을 변경했다면서 이날 바뀐 공소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뉴욕 검찰 관계자는 "미국 통신업체(줌)의 중국계 전직 임원을 기소하는 변경된 공소장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이 직면한 내부자 위협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