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인 전광훈' 당원 981명에 경고…여당, 37일만에 뒷북 대응
국민의힘이 18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추천으로 입당한 당원 981명을 파악해 출당을 권유하는 경고 문자를 발송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전 목사는 우리 당 공천에 관여하려는 목적으로 자신의 지지자에게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선동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며 “당원 가입 당시 전 목사를 추천인이라고 쓴 우리 당 당원 981명에게 ‘이중당적금지’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당법상 이중당적은 금지되며, 해당 법령을 위반하면 처벌되니 위법 사항이 없도록 주의하라’는 내용”이라며 “앞으로 전 목사를 추천인으로 기재한 자가 입당을 신청하면, 당헌·당규에 따라 시·도당 차원의 면밀한 자격심사를 통해 입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조치의 근거는 정당법 42조 2항 “누구도 둘 이상 정당의 당원이 되지 못한다”는 조항과 국민의힘 당헌 4조 및 당규 7조 “당원은 정당법 기준에 맞춰 당 이념과 정강‧정책에 뜻을 같이하는 자여야 한다”라는 규정이다. 전 목사가 실질적인 당수인 자유통일당의 당원이면서, 전 목사 추천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중당적 의심자를 가리겠다는 취지다. 유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국민의힘이 전 목사와 어떠한 관계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밝히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전날 사랑제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자 정당 창당을 미루고 당신들(국민의힘)의 자세를 보겠다. 버르장머리를 반드시 고쳐줄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샀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지자에게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할 것으로 촉구했다. 전날 발언이 알려지자 김기현 대표는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 그 입을 당장 좀 닫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발끈하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었다. ‘버르장머리’ 발언은 그간 “전 목사는 우리 당 사람이 아니다”며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김 대표가 위장 당원 색출에 나선 결정적 계기로 꼽힌다.
다만 당내에선 “만시지탄”이란 반응도 나온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3·8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달 12일 전 목사가 주관한 예배에 참석해 ‘국민의힘-전광훈 유착’ 논란을 촉발한 지 37일 만에 당 차원의 제재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김 최고위원은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하는 데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샀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5일 미국 애틀랜타 한인단체 모임에선 “전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는 발언까지 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이 선제적으로 조치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치면서 마치 당이 전 목사에게 끌려다니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돼 아쉽다”고 말했다.
전격적인 위장 당원 색출 작업에도 불구하고 당 일각에서는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앞으로 추천인에 ‘전광훈’을 쓰지 않으면 적발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중당적 의심자가 981명이라는 데 대해서도 당내에선 “실제로는 1만명은 될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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