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아닌 정상화…한전 협력업체 연쇄도산 우려"
“전기요금 정상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긴급현안”
전기관련단체협의회는 18일 서울 송파구 전기회관에서 ‘전기산업계 위기 전기요금 정책 간담회’를 열고 전기요금 인상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협의회 측은 '전기요금 인상안'에 대해 '전기요금 정상화'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손양훈 인천대학교 교수는 “고효율 에너지 공급과 발전을 위해 원가보다 낮게 전기 요금을 동결하는 것은 한전채를 증가시켜 수급 불안·시장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지난해 회사채 발행 규모는 47조원인데, 한전채 단일 발행 규모는 32조원에 달한다”며 “과거에도 적자가 있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그 규모가 3조원을 넘지 않았다”며 과거와 현재 적자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기관련단체 협의회는 ‘자금시장 경색 우려’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전기요금 동결이 산업계뿐만 아니라 실물경제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한전은 통상 발행하던 규모보다 3배 더 많은 회사채를 발행했다. 올해 한전이 발행한 회사채는 4월 기준 약 9조3500억원에 육박하는데 전년 대비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이 협의회 측 설명이다.
지난해 평균 SMP(거래시간별로 적용되는 전력량 1kWh에 대한 전력시장가격)는 197.7원/kWh이었고, 평균 단가는 120.5원/kWh이었다. 이 정도의 격차는 32조 6000억에 달하는 적자와 459%의 부채비율을 발생시켰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숫자다.
◇국민 살림 위한 동결, 결국 국민 부담 늘어날 것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는 “한전채 발행량이 더 늘어나면 자본 잠식에 들어가고, 중소기업의 자금난과 경영난으로 이어져 금융권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동일한 트리플에이(AAA)의 신용등급인 한전채가 대규모로 발행되면 이를 선호하는 쏠림 현상으로 이어져 중소기업 부채가 구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한전 협력업체는 6500여개인데 이중 이미 경영난에 처한 기업들이 많다”며 “연쇄도산이나 대규모 실업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현재는 전력 시설을 유지·관리하는 최소한의 비용 집행도 어려워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에 대한 대책은 미비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19년 4월 강원 고성과 속초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전선 노후가 원인이었다. 합리적인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력 시설물 노후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5년~2019년 한전 발주의 송·변전 전기공사 중 준공 연장 및 대금지급 지연은 446건 발생했다. 2017년~2019년 사이 배전 분야에서만 준공 연장과 대금지급 지연은 62만건이었다. 이로 인한 피해액은 2440억원으로 추산된다.
협의회는 “2017년 이후 한전의 영업이익률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원전 정비에 따른 민간 전력 구입비 상승과 송배전 설비비 상승, 석탄·LNG 가격이 상승했지만 전기요금은 동결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전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라 전력 수급 유지에 필수적인 투자는 우선 반영하되, 신규 사업은 최소화하는 방침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한전은 향후 5년간 총 2조705억원을 축소할 예정이다.
예산 축소는 한전 송배전망 유지보수 발주 실적 감소로 다시 이어져 정기보수 피해와 전력 계통의 안전성 문제, 대금 지급 미이행, 송·변전 사업 차질로 인한 소규모 업체의 부도 가능성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특히 대금 미지급은 제조기업의 인력, 설비의 어려움을 초래해 산업 생태계가 더욱 취약해질 확률이 높다. 지난 2003년 미국 동북부에서 발생한 블랙아웃은 설비 투자 축소와 비용 절감이 원인이 됐다.
대규모 적자로 전력 생태계가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현재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송배전망 건설 투자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전원믹스의 변화 및 전력망 추가건설에 대한 과제도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하는 몫이다.
조 교수는 “원료비 연동제 이행이 해답”이라며 “미래 세대에게 기술 투자에 대한 자본을 넘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위원회에 준하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독립적인 요금 결정위원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용무 대한전기협회 부회장은 “경제 요인을 감안해 공공요금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공개되거나 공유되는 부분이 없는 만큼 전기 전문가들이 모여 객관적인 전기요금이 어떤 근거로 산출돼서 공공요금으로 이어지는지 서포트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 절실
지난 31일 한국가스공사 노조와 발전공기업 노조, 너머서울 공공요금팀은 “에너지취약계층을 위해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비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는 민자발전사들의 초과이윤 통제 및 사용량에 책임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에너지 요금을 인상하고, 에너지 효율이 좋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겸 전기협의회 좌장도 이날 간담회에서 “에너지 소외계층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중견 기업은 대기업 대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여력이 떨어지는 만큼 한전을 중심으로 중소·중견 기업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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