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귀국해도 안해도 수렁…"이재명 민주당 최대 위기"

정용환, 김은지 2023. 4. 1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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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을 집어삼킨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특히 검찰이 송영길 전 대표가 돈 봉투 전달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에서는 “이재명 대표 체제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중진 의원)는 진단까지 나온다. 의혹의 중심에 선 송 전 대표는 오는 22일 자신이 체류 중인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이) 당대표 경선 캠프에서 있었던 일인만큼 송 전 대표가 이 사안에 무한책임을 지는 분 아니겠냐”며 “그에 상응하는 발언과 함께 조기에 귀국해서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하는 입장표명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표도 전날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송 전 대표의 입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문제는 송 전 대표가 귀국하든 안 하든 민주당이 ‘돈 봉투 의혹’ 수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이다. 오는 7월까지 프랑스 파리 체류 예정이던 송 전 대표가 조기에 귀국할 경우, 그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는 불가피하다. 이미 검찰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에게 “송영길이 ‘(강)래구 돈 많이 썼냐’고 묻더라”라고 한 음성 녹취를 확보한 상태다.

당내 역학관계에서 이 대표와 송 전 대표가 정치적으로 긴밀한 관계라는 점도 민주당 전체의 부담이다. 2021년 전당대회에선 친명계 의원 여럿이 송 전 대표를 도왔고, 송 전 대표는 이 대표의 대선 캠페인을 이끌었다. 또 이 대표는 송 전 대표의 지역구(인천 계양을)를 물려받았다. 이미 국민의힘에선 ”이심송심(李心宋心)은 대선 패배 이후 지역구까지 주고받았다. 민주당을 괴물로 만든 시작이 2021년 ‘쩐당대회’였다”(강민국 수석대변인)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을 거부할 경우에도 위기는 걷잡을 수 없다. 당장 송 전 대표 귀국을 전제로 사태 수습을 모색하던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입지가 축소된다. 송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통화하면서 내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히면서도, 여전히 조기 귀국 여부에 대한 즉답은 피하고 있다. 송 전 대표 귀국이 늦어질수록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비난 수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당내에선 전날 이 대표의 조치가 미흡했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훨씬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고 송 전 대표에 대한 조기 귀국 요청도 더욱 강하게 했어야 했다”며 “자신의 사법리스크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재선 의원도 “앞으로 이런 문제가 계속 나올 수 있는데 그때마다 이 대표는 기다리겠다고만 하고 최고위원은 그 옆에 앉아만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토론회'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당내에선 이번 사건을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2008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고승덕 전 의원에게 300만원어치 돈 봉투를 공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속한 민주당 청년그룹 ‘넥스트민주당’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박 전 의장은 ‘집안 잔치인 전당대회에서 돈 잔치는 관행’이라고 말했지만, 재판에서도 유죄를 받았다”며 “지도부는 검찰 조사에 협조하고 실제로 연루된 자들을 발본색원해 당의 엄격함을 보여야 한다. 재창당 수준의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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