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여행이 꿈"… 파브리병 환자들은 왜 병원을 벗어나지 못하나

이해림 기자 2023. 4. 1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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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은 희귀질환 파브리병 인식의 달이다.

파브리병 환우회인 파브리코리아는 환우와 가족 총 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파브리병 치료 현황과 질환이 삶에 미치는 영향'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 파브리병 환우와 가족 중 95%가 '유전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평생 치료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으로 말미암아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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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리코리아, 파브리병 인식의 달 맞아 설문조사 결과 발표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매년 4월은 희귀질환 파브리병 인식의 달이다. 파브리병 환우회인 파브리코리아는 환우와 가족 총 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파브리병 치료 현황과 질환이 삶에 미치는 영향’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파브리병은 인구 11만 7000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세포 내 소기관 리소좀(lysosome)이 당지질을 대사하는 데 필요한 효소가 결핍돼, 글라보오실세라마이드(GL-3) 등 당지질이 세포에 쌓이며 피부, 눈, 뇌, 콩팥, 심장 등 신체기관이 점차 손상되는 게 특징이다. 몸에 부족한 효소를 정맥주사로 투여해 대사되지 않은 GL-3을 배출시키는 효소대체요법으로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캡슐 알약 형태의 경구치료제를 복용하는 방법도 있다.

설문조사 결과, 파브리병 환우와 가족 중 95%가 ‘유전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평생 치료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으로 말미암아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질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전체의 67%에 달했으며, 28%가 ‘약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파브리병이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다 보니,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치료의 고단함뿐 아니라 유전 질환에 대한 죄책감까지 겪는 경우가 많다.

파브리병 치료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요인으로는 ‘병원을 방문하는 등 치료를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61%)’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응답자 65%는 한 달에 두 번 병원을 찾고 있었으며, 일상 지장을 최소화하는 병원 방문 주기로 응답자 39%가 ‘최소 1개월 간격’, 36%가 ‘2개월 간격’을 꼽았다. 파브리병은 어떤 치료법을 쓰느냐에 따라 병원 방문 주기가 다르다. 효소대체요법으로 주사를 투여받는 환자들은 2주에 한 번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경구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약을 처방받으러 60일마다 한 번씩 병원에 가게 된다.

파브리병 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치료 방식은 ‘경구치료제 복용’이었다. 경구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89%로 매우 높았으며, 8%만이 주사제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환자 중 17명은 치료를 받지 않고 있었는데, 이중 절반은 ‘보험 급여 규정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파브리병은 첫 증상이 발현되고 병을 치료받기까지 평균 약 15.5년이 소요된다. 병을 정확히 진단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때문도 있지만, 보험 급여 조건 문턱이 외국보다 높아 심각한 증상이 발생하기 전엔 급여 치료를 받기 어려운 탓도 있다. 경구용 치료제의 보험 급여가 2차 치료제(1차 치료제가 듣지 않을 때 사용하는 약)로 허용되는 곳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파브리코리아는 “파브리병 환자는 치료를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응답자 중 74%가 치료 제약이 없다면 가장 하고 싶은 활동으로 ‘장기여행’을 꼽았다”며 “치료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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