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법제화 앞두고…"초진 허용" 불 지피는 플랫폼 업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의 법제화가 논의 중인 가운데 재진 환자는 물론 초진 환자까지 비대면진료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플랫폼 업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국민의 의료접근성 확대와 세계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확산 속 의료주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비대면진료 대상이 지나치게 제한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면진료 입법을 위한 긴급 토론회.[사진제공=유니콘팜]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면진료 입법을 위한 긴급토론회’에 참석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들은 비대면진료의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며 재진 중심 비대면진료 법제화에 우려를 표했다. 이호익 솔닥 대표는 “비대면진료가 필요한 환자들 가운데 소아, 노년층, 정신질환 등 특수질환자는 조력자 없이는 의료접근성이 고립된다”며 “재진 서비스만 제공하면 대부분 노년층은 진료를 보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유행 초기 영유아는 백신을 접종하지 못해 병원에 갔다가 오히려 감염될 확률이 높아졌는데 이를 비대면진료가 해결했다”며 “현재는 대면진료를 보완하고 있지만 일정 부분에서는 진료의 핵심 옵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진 중심으로 비대면진료가 법제화된다면 치료 예후 확인 등 ‘원격 모니터링’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길은진 굿닥 대외협력실장은 “대면진료를 한 뒤 비대면진료를 하는 것은 예후관리와 복약지도에 적합한 모델”이라며 “비대면진료를 바탕으로 대면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내원을 유도하는 등 대면진료를 연계한다면 의료접근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 3년 동안 실증을 거치면서 의료사고 등 큰 문제가 없었다는 분석도 초진 허용의 근거로 제시된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비대면진료 현황을 공개하며 총 3661만건의 비대면진료가 이뤄졌고, 심각한 의료사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임현정 헥토클리닉 대표(약사)는 “병원과 약국의 비대면진료에 대한 우려는 현실과 달랐다”며 “진료, 복약지도 가이드라인 등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높이면서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면진료 입법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이관주 기자]

3년간 의료 현장에서 비대면진료를 해온 의사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비대면진료의 법제화 필요성도 제안됐다. 임지연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3년 동안 비대면진료를 하면서 99% 환자는 초진 경증 환자였다. 그래서 의료사고 없이 매일 50명 이상 환자를 비대면으로 접수하고 진료를 보고 있다”며 “비대면진료를 대면진료 받았던 의사에게만 받거나 내원하라는 건데, 진료 현장에서는 초진과 재진을 기계적으로 분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임 전문의는 7세 어린이가 토요일 밤늦게 두드러기로 고생하다 비대면진료를 통해 회복된 사례를 전하면서 “비대면진료가 없었다면 부모가 밤새 간호하거나 응급실에 가서 하염없이 대기했어야 했을 것”이라며 “기술의 발전은 잘만 사용하면 혁신적 의료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비합리적 제도로 의료발전이 역행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의료주권 확보 차원에서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바라볼 것을 제언했다. 그는 “비대면진료의 한시적 허용으로는 벤처캐피탈의 안정적 투자가 어렵다”며 “해외에서는 챗GPT 등 초거대 인공지능(AI)이 헬스케어를 어떻게 바꿀지 논의하는데 우리는 초진, 재진 허용 논의 단계라니 마음이 급하다. 이러다가는 해외 빅테크 기업에 잠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유행 ‘심각’ 단계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는 위기경보단계가 하향될 경우 법적 근거가 없어 중단될 위기에 처해있다. 현재 국회에는 이와 관련한 의료법 개정안이 5건이 발의돼 있다. 최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제외한 대부분 법안은 비대면진료의 허용 대상을 재진 환자로 한정하고 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