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비극…'전세사기 피해' 추가대책 마련 불가피

배수람 2023. 4. 1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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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피해 임차인 2달간 3명 목숨 잃어
피해자들 '우선매수권 및 경매 중단' 촉구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목숨을 잃으면서 피해자들을 위한 추가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목숨을 잃으면서 피해자들을 위한 추가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2달간 인천 미추홀구에서 일명 '건축왕'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대 청년 3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을 위한 저리 대출, 긴급 주거서비스, 법률 상담 등 지원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 17일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여성 A씨는 2019년 9월 보증금 7200만원을 주고 해당 아파트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후 2021년 9월 임대인의 요구로 9000만원으로 보증금을 올려 재계약했다.


이 아파트는 2017년 준공 당시 근저당이 잡혀 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여야 2700만원의 최우선변제금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A씨는 재계약 과정에서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서 보증금을 통째 날릴 위기에 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전세사기 피의자는 공인중개사 등과 함께 지난해 1~7월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2700여채를 사들인 뒤 임차인 161명으로부터 보증금 125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현재 구속기소 됐다.


피해자들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이날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살던 집 경매로 넘어가면 꼼짝없이 '퇴거'
직접 낙찰받고 싶어도 대출 등 정부 지원 부족
"추가 구제책 필요하지만, 경매 중단 신중해야"

대책위 측은 "지난 3월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전면적 실태조사 시행과 피해 구제책을 촉구했지만 결국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했다"며 "현재 정부의 대책은 피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고 대출 지원이나 긴급 주거 지원 역시 기준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피해 임차인들은 "당장 집에서 쫓겨나는 것부터 막아달라"며 경매부터 중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호소한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피해 임차인들은 "당장 집에서 쫓겨나는 걸 막아달라"며 경매부터 중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호소한다. 전세사기 우려가 커지면서 경매로 집이 넘어가더라도 보증금을 온전히 되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집이 낙찰되면 임차인은 강제 퇴거가 불가피하다.


정부가 보증금 3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선 피해자가 전세대출을 연장할 수 있도록 연 1~2%대 대환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경매로 거주 중인 주택을 직접 낙찰받은 피해자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책위 관계자는 "대출을 해 줄 거면 다른 집을 살 수 있도록 (해 줘야 하고), 경매로 낙찰을 받겠다면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기존 전세계약에 대출을 낀 임차인은 신규로 또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경매를 중지하고 피해자들에게 살던 집에 대한 우선 매수권을 주는 것, 경매로 집이 넘어간 경우에도 대출 지원 등을 해주는 것이 당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대책위에 가입된 34개 아파트, 빌라 1787가구 가운데 절반 이상인 1066가구가 경·공매로 넘어갔다.


관련 피해가 커지면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임시로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를 지연시키고 있다. 인천지역본부는 본부에서 관리 중인 미추홀구 소재 주택 210건 중 총 51건에 대한 매각 기일 변경 신청을 한 상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법원의 재량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통상 두 번 정도는 매각 기일 연기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며 "캠코가 사회적 차원에서 전세사기 관련해 매각 기일 변경 신청을 하면 몇 번이고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인 방법은 연기보다 경매 자체를 취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을 실행한 기관(채권자)이 꼭 정부 기관이 아닐 수 있고, 은행일 수도 있고 제각각인데 임차인(채무자)의 말을 듣고 경매 자체를 중단해버리면 채권자에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지금보다 강력한 구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경매를 중단하는 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전세사기로 인해 비통한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며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앞서 체결된 전세 계약서에서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또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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