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단속’ 집중하던 정부, 중독자 일상복귀에도 힘쓴다

김은빈 2023. 4. 1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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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서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논의
尹 대통령 “마약범죄 뿌리 뽑고 중독자 사회 복귀 도와야”
마약중독 치료비 지원 확대… 전담교정시설도 운영
윤석열 대통령.   사진=임형택 기자

최근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유명 연예인 투약 사건 등 마약류 범죄가 잇따르자 윤석열 정부가 대응에 나섰다. 그간 마약류 범죄 사전예방에 집중하던 정부가 치료와 재활 쪽으로도 나란히 무게를 싣는 식으로 정책 방향을 바꾼 모습이다. 

마약 중독자들의 일상복귀를 돕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으며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약 중독 치료병원에 사업운영비를 지원하고, 치료비 지원단가도 상향하기로 했다. 또한 마약전담교정시설을 운영해 중독재활 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가를 좀먹는 마약 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마약 범죄는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각오로 강력하게 수사·단속하고, 마약류 중독자는 하루 속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치료·재활에 최선을 다해달라”며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범정부의 역량을 총결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추진 성과를 발표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그간 정부는 지난해 11월 범부처 마약류대책협의회를 장관급 주재 관계차관회의로 격상하고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해 총력 대응했다. 

그 결과 올해 2월까지 4개월간 마약류 사범 5809명을 적발했고, 총 압수량은 306.8kg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55% 늘렸다. 같은 기간 마약류 중독재활 교육은 1071명으로 150% 증가했고, 중독자 치료는 지난해 기준 421명으로 전년 대비 50% 늘었다. 또한 모든 초·중·고·특수학교에서 마약을 포함한 약물예방 등에 대한 교육을 연간 10시간 의무적으로 실시했다. 

마약류 관리 향후 계획에는 유입 감시, 유통 단속, 사법 처리부터 치료·재활, 교육·홍보까지 종합적인 대책을 담았다. 

마약치료병원, 제기능 할 수 있도록 지원 강화

그간 마약중독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된 병원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쿠키뉴스가 지난달 9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마약류 중독 치료보호기관 21곳 중 13곳(61.9%)은 환자를 단 1명도 받지 않았다. 병원 2곳이 마약중독 전체 환자의 97.3%를 감당하고 있었다. 

현장에서는 높은 치료 난이도에 비해 수가 가산이나 별도의 지원제도가 없어 마약 중독자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마약 중독자 단속이 더 시급하다는 이유로 중독자 치료에 대한 지원 예산이 미비했던 탓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중독자 일상복귀에도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 대구대동병원 등 3곳을 신규 지정하고,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된 24개 병원이 마약 중독치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내실화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사업운영비와 치료비 지원단가를 상향하고, 치료보호에 대한 의료수가 개선도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치료보호가 종료된 중독자에 대해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치료와 재활을 연계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마약 중독자 재활 지원도 강화한다. 현재 2곳이었던 중독재활센터도 1곳을 추가 운영한다. 전국 4곳의 민간중독재활시설에도 재정지원을 추진한다. 연령, 투약약물, 가정환경 등 마약류 중독자의 상태를 고려해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맞춤형 재활프로그램도 개발할 방침이다.

마약류 중독재활에 필요한 전문인력도 올해 약 190명 양성한다. 교정직 공무원 대상 중독심리사 자격 취득(103명),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강사(90명) 등 전문인력 양성에 힘쓴다.

마약전담교정시설 운영 또한 대책에 들어갔다. 보건의료인력, 임상심리사, 중독심리사 등 전문인력을 배치해 교정시설 내 체계적인 중독재활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18일 국무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마약 단속뿐만 아니라 치료·재활도 중요하다”며 “단속을 강화해도 재활이 되지 않으면 다시 또 돌아가는 게 마약의 특성이기 때문에 치료·재활 인프라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올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재활센터 확충을 위해 협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약·조직범죄부 설치해 검찰 마약수사 기능 복원

마약류 유입 감시, 단속, 사법 처리 등 사전예방 체계도 강화한다. 

정부는 우선 대검찰청 내 마약·조직범죄부(가칭)를 이른 시일 내 설치해 검찰의 마약수사 기능을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검찰청·경찰청·관세청·교육부 등이 지난 10일 설치 계획을 발표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는 범정부 수사역량을 결집한 마약범죄 수사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각 부처 인원을 모은 840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가 수사 착수 단계부터 공판절차까지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마약류 해외 유입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국제우편 마약단속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 감시인력 확충, 특송화물 선별시스템 구축, 마약탐지 첨단장비 도입 등을 통해 마약 국경 밀반입을 원천 차단한다는 취지를 보였다.

온라인에서는 마약 관련 키워드를 자동탐지하는 e-로봇을 활용해 인터넷 마약 불법거래·광고 사이트를 24시간 감시한다. 적발된 사이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서면심의를 도입해 1일 내로 신속히 차단한다.

신종마약 탐색 과정에서는 전체 마약성분 검출이 가능한 첨단감정장비를 도입해 역량을 키울 예정이다.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 유통 감시망도 촘촘하게 구축한다. 약 6억건에 이르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처방·투약 정보를 분석하고, 의료용 마약류 처방 시 의사가 환자의 과거 투약이력 조회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의료용 마약류 중복처방을 방지할 방침이다. 

약물강도·투약량 등에 따른 치료·재활 조건 기준에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마약류 투약사범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하려는 경우 약물강도·투약량 등 검찰 내부 규정에 따라 치료·재활 조건을 부여했다. 이에 식약처 주관 시범사업을 시행해 의사 등 약물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치료·재활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할 예정이다.

이밖에 마약근절 홍보를 위해 △마약근절 범국민 홍보 캠페인 실시 △마약정보 통합 홈페이지 구축 △학교 마약 예방교율 지원 전문위원회 운영 △마약범죄 언론보도 권고 기준 강화 등을 추진한다.

방 국무조정실장은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해 반드시 마약을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범정부적인 역량을 총결집할 것”이라며 “마약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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