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아이디어·기술탈취, 형사처벌 근거 마련해야"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탈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형사처벌 규정 신설 등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재단법인 경청은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태관 경청 이사장은 "중소기업은 아이디어와 기술만 믿고 창업에 뛰어드는데 대기업이 협업을 이유로 기술자료를 확보하고 동일한 사업을 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중소기업 권리회복을 위한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희경 경청 변호사는 부정경쟁방지법(부경법)상 아이디어 및 성과물 침해 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변호사는 "타인의 자동차를 불법적으로 사용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지만 아이디어를 탈취하는 것에는 형사처벌 규정이 없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면서 "두 행위는 타인의 자산을 무단으로 사용해 이익을 침해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가해 기업에 내릴 수 있는 행정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현행 부경법상 성과물 침해는 행정조사 대상이 아니다. 아이디어 침해와 데이터 부정사용은 행정조사 대상이지만 이행 강제성과 처분성이 없는 시정권고만 이뤄진다. 박 변호사는 "기업이 성과물을 침해당했을 때 구제수단은 민사소송이 유일하다"면서 "소송은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별도로 투입해야 하고 증거수집 과정에서도 큰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과물 침해도 행정조사 대상이 되도록 법을 개정하고, 아이디어 침해와 데이터 부정사용 등 위법성이 인정되는 경우엔 시정권고 외에 시정명령까지 가능한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아이디어 및 성과물 침해나 기술침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해 줄 범부처 협의체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박 변호사는 "중소기업 아이디어나 기술 침해 사례가 발생했을 때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등 신고기관이 중복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이런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상설 범부처 협의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또 아이디어 등에 관한 객관적 가치를 평가할 별도 기관이 마련돼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아이디어, 성과물, 데이터 등에 관한 객관적 가치평가 전문기관을 신설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기술의 가치가 정당하게 반영되지 못한 기업 간 불공정 거래 행위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현장엔 최근 대기업으로부터 아이디어와 기술을 탈취당했다고 주장하는 중소기업 대표 5명이 참석했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의 아이디어(영양제 디스펜서)를 탈취했다고 보고 기술 분쟁을 진행 중이다. 정 대표는 "아이디어 도용과 기술 탈취는 법적으로 풀기에는 시간적 비용뿐 아니라 입증 책임에 한계가 있다"면서 "대기업이 지식재산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는 일이자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스타트업 프링커코리아는 LG생화건강과 분쟁중이다. LG생활건강이 최근 출시한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가 자사 제품을 베꼈다는 주장이다.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는 "LG생활건강은 윤리규범에 공정한 경쟁, 공정한 거래, 임직원의 기본 윤리를 가장 큰 가치로 삼는다고 했지만 협업을 미끼로 기술적 정보와 제품을 확보했다"면서 "아이디어 도용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법적 판례조차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성토했다.
농협경제지주와 분쟁중인 키우소 방성보 대표는 "부정경쟁방지법과 공정거래법을 아이디어와 성과물을 보호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면서 "농협경제지주가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이라는 명확한 법적 가이드가 만들어져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농축산 공공데이터를 활용할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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