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으로 직격탄 맞은 프랑스, 한국에 주는 교훈
[한림미디어랩 김주원]
▲ 전국 국민연금 급여지급 통계 |
ⓒ 국민연금공단 |
국민연금 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 수는 631만4447명이고 1인당 평균 53만2998원을 지급받고 있다.
그러나 이 금액은 사실 '노후 보장'을 거론하기에 미미한 금액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월 임금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333만 원으로 전년의 320만 원보다 13만원(4.1%) 증가했다.
이 평균 소득에 비하면 국민연금 53만 원 수령액은 15.9%에 불과하다. 지난 2020년 기준 국민들의 자가주택 보유율이 61.2% 수준임을 감안할 때 53만 원으로 주거비, 생활비를 모두 충당해야 하는 이들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 2021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 |
ⓒ 통계청 |
외신 보도를 통해 프랑스의 연금개혁 시위가 연일 전해지고 있다. 사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정년을 64세로 늘려 연금 수령시기를 2년 늦추는 방안을 시행하려는 프랑스 정부의 시도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가 넘을 경우 초고령사회라 하는데 프랑스는 이미 전체의 21%에 육박한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로 2017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중 연금 관련 공적 지출은 1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7%를 크게 웃돈다. 정부가 법적 지급 의무가 있는 국민 연금·공무원 연금·사학 연금·군인 연금 등의 4대 의무지출 분야의 상당 부분이 적자 운용되고 공적 연금 분야에 국가의 지출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수령자는 많아지는데 세금을 낼 젊은 인구가 줄어드는 탓이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는 연금개혁안을 거센 반대에도 밀어붙이고 있다.
연금 개혁안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 프랑스 시민들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는 해마다 석 달씩 뒤로 늦춰져 2030년에 64살이 된다. 연금을 100% 받기 위해 기여해야 하는 기간은 기존 42년에서 2027년부터 43년으로 1년 연장된다. 경찰과 교도관 등 육체적 부담이 비교적 큰 공공부문 노동자는 50대에 조기 퇴직이 가능한데 이들의 정년도 조금씩 늦춰진다.
대신 최소 연금 수급액을 최저임금의 75%인 월 1015유로(약 135만 원)에서 최저임금의 85%인 월 1200유로(약 16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한다.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 노조 시위 등 사회적 동요 없이 잠잠한 한국의 사정은 어떨까.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이미 세계 1위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70~2018년 한국의 고령인구 연평균 증가율은 3.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가장 빨랐다. 일본(2.9%)보다 속도가 빠르다.
2023년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901만 800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9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고령화율 17%를 의미하며 프랑스와 4%p차이에 불과하다. 3년 이내에 20.6%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12-22년 합계출산율 |
ⓒ 통계청 |
국민연금 고갈 전망이 나오는 시점, 2057년은 현재 2030 세대들이 국민연금 수령 나이가 될 즈음이다. 정부가 법적 지급 의무가 있는 국민연금이니 '젊은 시절 월급 봉투에서 빠져나간 돈이 노후보장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은 국가 자체가 부도나는 상황이 아니라면 생각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국민연금 고갈'이라는 언론 보도 제목에서 공포감을 느끼지 않을 국민들은 많지 않다.
유사한 맥락에서 시도된 프랑스 정부의 연금 개혁이 초래한 사회적 파장은 한국 정부에도 시금석이 되고 있다. 불가피하게 시도되고 있는 프랑스 정부의 조치도 10여차례의 총파업 등 거센 국민적 반감의 파고에 직면했고, 그 앞길을 예측하기 힘들다.
어쩌면 이런 위험성을 알기에 정부와 정치권은 선뜻 연금개혁안을 다른 정책처럼 자랑스레 내놓고 있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지급 시기를 늦추거나 하는 '현실화' 방안은 노조를 포함한 국민적 반감의 직격탄을 맞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사회적 소요가 계속되는 프랑스의 160만 원 수준에도 훨씬 못미치는 50만 원대의 수령액은 연금개혁의 또 다른 개선 방향이자 국민들의 반감을 줄일 수 있는 자원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 2차 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대폭 줄이면서 '노후 보장'의 의미를 희석시킨 상황을 반전시켜 소득대체율을 다시 올리는 대신 보험료율을 올리는 등 균형잡힌 방안으로 국민들을 설득해가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갑작스런 변화는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밖에 없다. 이를 납득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할 공론의 장이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설명 없는 제도적 개혁에는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현재 대한민국에는 연금제도에 관한 논의가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너무 미미한 실정이다.
노후 보장의 실질적 의미를 강화할 균형잡힌 정부 방안이 마련되는 작업과 이 안이 공론의 장에서 조정과정을 거침으로써 프랑스와 같은 사회적 충돌없이 지혜롭게 연금개혁 파고를 우리 사회가 넘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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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주원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www.hallymmedialab.com)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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