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뉴스인데 "오를 것"…주가 동향 99% 맞힌 챗GPT 비밀

박형수 2023. 4. 1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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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가 전문 애널리스트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주가 예측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메시지를 해독해 매파(통화 긴축 정책 선호)·비둘기파(통화 완화 정책 선호) 등 성향을 가려내고, 뉴스 헤드라인 등으로 향후 주가 흐름을 예측하는 데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CNBC 뉴스 등은 최근 챗GPT를 금융에 활용하는 새로운 물결이 도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챗GPT가 메시지의 뉘앙스와 맥락을 파악하는 데 기존 AI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이 같은 능력을 토대로 “뉴스 기사, 성명, 트위터, 연설 등 다양한 메시지를 거래 신호로 전환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


주가 흐름 예측과 관련된 챗GPT의 새로운 활용도는 논문 두 편을 통해 잇따라 공개됐다. 첫째는 미 연준의 연구원 두 명이 직접 작성한 논문인 ‘챗GPT는 Fed의 성명을 해독할 수 있는가’다. 논문에 따르면, 챗GPT는 연준의 정책 성명을 연준 소속 애널리스트들이 해석한 것과 유사한 내용으로 설명해냈다.

또 챗GPT는 연준의 성명만으로, 비둘기파인지 매파인지를 거의 정확하게 가려냈다고 논문은 분석했다. 일례로, 챗GPT에 2013년 5월에 나온 연준의 성명서 중 “노동 시장의 상황은 최근 몇달 동안 다소 개선됐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라는 문구를 입력하자, 챗GPT는 “경제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메시지로, 비둘기파적이다”고 결론냈다. 이는 연준의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한 결론과도 일치한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둘째 논문은 미국 플로리다 대학에서 내놓은 ‘챗GPT가 주가를 예측할 수 있을까’로, 챗GPT가 뉴스 헤드라인을 분석해 기업의 실제 주식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지 검증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과 관련된 뉴스 헤드라인 5만 개 이상을 입력해 챗GPT가 긍정 또는 부정을 평가하도록 하고, 이 분석 결과가 다음날 주가 흐름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살폈다.

연구 결과 챗GPT의 평가와 기업의 다음날 주가 동향이 거의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연구가 시작된 이후 챗GPT의 긍정 또는 부정 평가와 다른 주가 흐름을 보인 경우는 1%에 불과했다. 특히 표면적으로는 부정적인 뉴스로 보이지만, 향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사의 맥락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 눈에 띈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오라클이 리미니스트리트(기업용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기업)와의 소송 끝에 63만 달러의 벌금을 냈다’는 뉴스는 일견 부정적인 이슈인 것 같지만, 챗GPT는 “소송 이슈 종료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 긍정 평가를 내렸다. 실제로 오라클의 주가는 다음날 급등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다만 이번 연구는 목표 주가 등을 예측한 것이 아닌 주가의 상승 또는 하락과 같은 방향성을 살피는 데 그쳤고, 뉴스 헤드라인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점은 한계로 작용한다고 CNBC 등은 설명했다.

미국 뉴욕에서 뉴욕증권거래소(NYSE) 월스트리트 입구. 로이터=연합뉴스


그간 미국 증권가에서 챗봇을 활용해 투자 전략의 힌트를 얻어왔기 때문에 챗GPT를 활용한 이번 시도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기존 AI는 인간이 데이터를 적절하게 코딩하고 분석을 명령해야 했지만, 챗GPT는 스스로 적합한 프롬프트(명령어)를 디자인하고 데이터를 직접 보완하며 분석 결과를 도출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계 금융 그룹 만의 시스템 전문 자회사(MAN AHL)에 소속된 머신러닝 책임자 슬라브 마리노프는 이번 챗GPT 연구 결과에 대해 “과장 광고가 사실로 입증된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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