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네 편의점'→'성난 사람들', 동양인을 바라보는 할리우드의 시선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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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성난 사람들'(Beef)은 동양인을 그리는 방식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환영 받고 있다.
이민자로 살아가며 겪는 인종차별과 소수자로서의 삶을 다루는 관점이 낡았다는 건 아니지만, 제목 그대로 '성난 사람들'이 된 아시안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관점이 변화했다는 것 자체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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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성난 사람들'(Beef)은 동양인을 그리는 방식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환영 받고 있다. 한국인 이성진 작가가 극본과 연출을 맡고 '미나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제작한 A24가 만든 '성난 사람들'은 그 동안 할리우드가 납작하게 바라보던 아시안을 향한 시선을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이민자로 살아가며 겪는 인종차별과 소수자로서의 삶을 다루는 관점이 낡았다는 건 아니지만, 제목 그대로 '성난 사람들'이 된 아시안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관점이 변화했다는 것 자체가 주목할 만하다.
반응도 뜨겁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성난 사람들'은 17일 기준 전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3위에 올랐다. 로튼 토마토에서는 신선도 98%로 호평 받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에미상에 작품을 출품했다.
'성난 사람들'은 대니(스티븐 연 분)과 사업가 에이미(앨리 윙 분)는 마트 주차장에서 꼬인 인연을 서로를 향한 복수로 풀어낸다. 장난으로서 모텔 사업이 망해 한국에 있는 부모님을 미국으로 모셔오고 싶은 대니의 바람은 쉽지 않다. 동생은 방구석에 틀어박혀 비트코인에 기대 게임만 할 뿐이다.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는 삶은 버겁고 팍팍하다. 대니는 삶을 그만 끝내고 싶어 마트에서 숯을 샀지만, 주차장에서 만난 에이미로 인해, 죽음의 욕구보다, 분노가 더 차오른다.
에이미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일본계 미국인 남편 조지와 결혼하고 사업가로 승승장구해 상류층에 편입됐지만 불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두 사람은 보복운전을 하며 서로를 무섭게 위협한다.
대니와 에이미는 신분을 속인 채 서로의 주위를 맴돌며 복수를 실행하지만, 곧 서로가 같은 결의 사람이라는 걸 알아챈다. 사회적 시선과 가족의 기대, 자기 혐오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가면을 쓰고 살아가지만 서로 앞에서는 누구보다 솔직해지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슬픈 얼굴로 분노 할 때마다 쾌감은 더욱 짜릿해진다.
배우들은 능청스러움과 깊은 내면의 불안을 표출하는 연기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블랙코미디답게 미국에서 살아가 아시아의 문화를 리듬감 있으면서도 구체적으로 가져왔다. 여기에는 동양인들만 이해할 수 있는 유머와 디테일들이 자주 등장한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아', '김씨네 편의점', '미나리' 등은 미국에서 동양인들이 살아가는 고충과 현실을 각자의 장르 문법에 따라 표출해 공감과 호평을 얻은 작품들이다. 이 때 소수자로서의 나약함, 무기력함 등이 꼭 등장하고는 했는데 '성난 사람들'은 과감하게 그 시선에 포커스를 거뒀다. 물론 이들이 분노하는 것에 동양인이라서, 여성이라서 겪는 차별도 있겠지만 '성난 사람들'은 굳이 반복하지 않는다. 이민자 1세대를 지나 이방인이 아닌 미국의 문화를 온몸으로 흡수한 아시안에 초점을 맞춘다. 이 과정에서 기성세대의 교육 방식, 동양 문화 강요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아시안의 내면의 충돌도 흥미롭게 다뤘다.
무엇보다 예의와 존중, 그리고 타인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문화적 관습을 미국의 관점에서 '조용하다', '부끄러워한다'라는 선입견을 산산조각 부순다. '성난 사람들'은 과거가 아닌, 현재의 동양인을 다채롭게 경험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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