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승의 역사 속 장소 이야기㉗] 대한제국의 독립에 대한 일본의 겉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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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전쟁을 전후하여 국제 사회는 대한제국의 상황에 주목하였다.
대한제국에도 경운궁을 포함하여 전국 주요 도시에 전신망이 깔렸다.
일본은 전쟁에 한국인의 협력이 필요했고, 이를 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러시아의 위협과 대한제국과 일본 간의 동맹을 강조하였다.
대한제국이 일본에 협력하는 것만이 러시아의 위협에서 벗어나 독립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선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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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전쟁을 전후하여 국제 사회는 대한제국의 상황에 주목하였다. 1904년 4월 14일 경운궁(현 덕수궁)에서 대화재가 발생하자, 서구 언론에서도 이를 주요 소식으로 다뤘다. 당시 화재 직후 경운궁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살펴보면 함녕전을 비롯하여, 중화전, 경효전 등 주요 전각이 전소되어 경운궁이 폐허처럼 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이 사진에서 경운궁 내에 전기선과 통신선 등을 연결할 수 있는 전신주가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The Korea Review’(1904)에 실린 경운궁 화재 당시 전각 배치도를 살펴보면 경효전과 정관헌 사이에 ‘13’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건물이 있다. 배치도의 설명에 따르면 13번 건물은 전화국(‘Telephone Office’)이다. 배치도를 토대로 살펴보면 그 건물은 함유재로 추정된다. 주요 전각의 중심에 위치한 함유재에 전화기를 설치하여 운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아마도 경운궁 대화재 당시 덩그러니 남아 있던 전신주에는 이 전화국의 전화기에 연결된 통신선도 연결되어 있었을 것이다.
19세기 전 세계는 통신망으로 연결되었다. 대한제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러일전쟁이 일어나던 1904년에는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 전신망이 연결되었다. 대한제국에도 경운궁을 포함하여 전국 주요 도시에 전신망이 깔렸다. 하지만 청일전쟁을 거치면서 일본은 한국의 통신망을 사실상 장악하였다. 일본은 언제든지 한국 내 통신을 차단하거나, 통신 내용을 도청할 수 있었다. 대한제국은 국법으로 전신 정보의 누설을 엄금하였지만, 일본이 대한제국의 법을 준수하는 것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려웠다.
러일전쟁 기간 중 일본은 기존 선로뿐만 아니라 임의로 전신 선로를 가설하여 전쟁에 활용하였다. 하지만 점차 국내에서 의병 활동이 거세지면서 전신선을 절단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일본은 전신 선로를 보호하기 위해 주요 지점에 수비병을 배치하였지만, 이것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웠다. 일본은 전쟁에 한국인의 협력이 필요했고, 이를 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러시아의 위협과 대한제국과 일본 간의 동맹을 강조하였다. 대한제국이 일본에 협력하는 것만이 러시아의 위협에서 벗어나 독립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선전하였다. 하지만 일본은 1904년 2월 23일 한일의정서를 체결한 이후에 8월 22일에는 내정간섭을 위한 ‘한일 외국인 고문 용빙에 관한 협정서’를 강제로 체결하였다. 대한제국의 독립을 보장한다고 내세우면서 사실상 대한제국을 일본의 보호국으로 만들었다.
신효승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soothhistory@nah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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