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200억' 5쪽 기획서 쓴다…지방대 사활건 1000억 전쟁

이후연 2023. 4. 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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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중구 LW 컨벤션에서 열린 2023년 글로컬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역 혁신을 선도하는 지방대학 30곳을 ‘글로컬대학’으로 선정해 5년간 최대 3조원을 지원한다. 학생 수가 급감하며 위기에 처한 지방대 중에서 경쟁력이 있는 곳을 선별해 집중 지원한다는 취지다.


2026년까지 30개 대학 선정…올해 10개 대학 선정


교육부는 17일 '글로컬대학30' 추진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지난달 16일 시안이 나온 후 약 한 달 만이다. 지역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 30개교를 선정해 5년간 최대 1000억원씩을 지원한다는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됐다. 교육부는 다음달 31일까지 각 대학에서 5쪽 분량의 혁신 기획서를 받고, 6월 중 예비지정 학교 15개 내외를 발표한다. 이후 본 심사를 거쳐 10월 중 10개 내외의 글로컬대학을 최종 선정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시안 때와 달라진 부분은 ‘기간’이다.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대학 의견을 반영해 예비지정, 본지정 시기를 늦췄다. 당초 2027년까지 30개 대학 선정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선정을 앞당겨 2026년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올해 10곳, 내년에 10곳을 선정하고, 2025~2026년엔 매년 5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혁신 동력에 대한 의지가 강한 초반에 더 많은 대학을 선정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5쪽 분량 혁신기획서 홈페이지 전부 공개


이번 방안에는 대학 간 통합이 구체적인 혁신 사례로 명시됐다. 2~3개 대학이 한 대학으로 통합하기로 한 경우, 1개교로 분류해 선정할 수 있다. 이들 대학에 주는 예산은 1000억원 이상이 될 수 있다.

글로컬대학 예비지정은 혁신성(60점), 지역적 특성(20점), 성과관리(20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번 방안에는 ‘산학협력의 허브로서 역할을 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안이 제시되었는가’가 혁신성 채점 기준의 하나로 추가됐다. 예비지정 대학으로 선정되면 3개월 간의 준비 기간 동안 지자체, 지역 산업체와 공동으로 혁신기획서에 대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본지정 심사에는 계획의 적절성(50점), 지자체의 지원 및 투자 계획(30점), 성과 관리 적절성(20점) 등이다.

교육부는 3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글로컬대학의 성과도 계량화해 공개할 방침이라고 했다. 지역사회 관점에서 각 대학이 산업·경제·문화 분야에서 얼마나 기여했는지 영향력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지역 정주 인재 수, 지역 고용 정도 등이 평가 예시 지표로 소개됐다. 예비지정 대학의 혁신기획서는 교육부 홈페이지에 전부 공개된다. 심사의 투명성과 실행 계획의 현실성을 교육계 안팎으로 점검 받겠다는 취지다.


“글로컬대학 전략은 극비” 사활 건 지방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지방대학들은 글로컬대학에 선정되기 위한 5장 짜리 혁신기획서 작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 장에 200억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만큼, 혁신 아이디어를 극비사항으로 취급하며 작업하는 대학들도 많다. 전북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아직까지 기획처 담당 직원들과 기획처장인 나만 공유하고 있다”며 “총장에게도 구체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인근의 다른 대학이 어떤 아이디어를 내놓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경북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대학에서 제시할 실현 가능한 혁신안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교육부에서 채점 근거로 내 놓은 산학협력, 대학·학과 통폐합 등 큰 틀이 유사할텐데, 같은 아이디어라면 규모가 있는 대학이나 통합이 좀 더 수월한 국립대가 선정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3조 투입 대비 효과 있을까” 우려도


‘일단 지정되고 보자’는 마음으로 무리한 혁신안을 내 놓는 대학들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전북의 한 국립대 교수는 “예비지정까지는 구성원의 동의나 의견 수렴 절차가 없어도 되니까, 혁신적으로 보이지만 구성원 동의를 받기 어려운 안이 마련될 수 있다”며 “예비지정에 선정된 이후 ‘1000억원 받아야 하지 않겠냐’며 동의를 강요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투입 대비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남의 한 사립대 교수는 “획기적인 지원이고, 그간 안 가본 길을 가 봐야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면서도 “학령인구 감소·수도권 집중화가 주요 원인인 지방대 위기가 재정을 쏟아 붓고 지역 산업과 연계한다고 해소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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