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한 고향사랑기부제... 원조 일본에선 유기견 보호에도 쓴다

은평시민신문 정민구 2023. 4. 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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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작했지만 지자체 성과 경쟁-답례품 경쟁 우려도... 지역문제 해결 위해 기부금 쓰기도

[은평시민신문 정민구]

각 지자체에선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 홍보로 한창이다. 현수막부터 시작해 공공기관에 전화를 걸면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안내 음성이 가장 먼저 나온다. 왜 지자체가 고향사랑기부제에 적극적인지, 고향사랑기부제는 어떤 배경에서 왜 시행하게 됐고, 어떤 문제가 있을까.
 
 고향사랑기부제 프로세스.(행정안전부)
법률상으로 고향사랑기부제의 정의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복리 증진 등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자발적으로 제공받거나 모금을 통하여 취득하는 금전"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제도를 통해 지자체는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기부자는 세액공제 혜택과 지역특산물 등을 답례품으로 받는다. 단 기부자는 주민등록상 거주지에는 기부할 수 없고 이를 제외한 모든 기초나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가 가능하다.

기부액 한도는 1인당 연간 500만 원이며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은 기부액 10만 원 이하는 100%, 10만 원 초과분은 16.5%에 해당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기부자는 기부액의 30% 상당의 지자체가 준비한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만들어진 배경
 
ⓒ 은평시민신문
지난 2008년 일본에서 처음 도입된 고향세 제도 이른바 '고향납세 제도'가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2015년부터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고향세 제도를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고향사랑 기부제 도입을 대통령 대선 공약을 제시했고, 이를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 항목에 포함해 '자치분권 로드맵 30대 과제'로 선정하기 이르렀다. 이후 2021년 국회를 통과하고 2023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단순히 일본의 성공 사례와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제도가 만들어졌다는 것뿐만 아니라 제도가 함의하고 있는 내용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절반 이상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인해 비수도권 지역은 인구 감소 현상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고 출생률 감소와 함께 더불어 지방소멸을 기인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분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뤄보자는 취지가 작동해 고향사랑기부제가 도입됐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비수도권에 기부하고 이는 비수도권 지역의 지방재정확충을 이끌어내 주민 복리 증진에 사용하여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이뤄보자는 취지다. 답례품 제도는 기부제 활성화와 동시에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한 일본 '고향납세제도'
 
 일본의 고향납세 건수 및 추이 (2021, 고향사랑 기부제 국외사례연구, 충남연구원)
ⓒ 은평시민신문
일본에서 고향납세제도가 생겨난 가장 주된 이유는 인구가 많은 도시지역 자치단체의 세수에 비해 농촌지역 자치단체 세수는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도시와 지방의 재정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일본 고향납세제의 3대 기본 이념은 ▲세금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납세의 중요성을 각인한다 ▲지역의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발전에 도움을 주자 ▲자치단체 간 선의의 경쟁을 도모하고 지역 정체성과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자 등이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도 본인이 거주하는 지자체가 아닌 다른 지자체에 기부금을 납부한다. 납부액의 2,000엔을 초과과하는 몫에 대해 일정액의 소득세와 주민세를 공제받는 구조다.

일본의 고향납세제가 성공했다고 주목받는 근거로는 납세건수와 납세액 추이에 대한 통계자료가 뒷받침한다. 처음 도입된 2008년도 납세건은 53,671건이었고 총 납세액은 81억 3957만 엔이었는데, 2020년도엔 납세건이 34,887,898건에 총 납세액은 6724억 9000만 엔에 달했다.
 
 일본 나라시의 고향납세제 답례품(2021, 고향사랑 기부제 국외사례연구, 충남연구원)
ⓒ 은평시민신문
 
 일본 나라시의 고향납세제 답례품(2021, 고향사랑 기부제 국외사례연구, 충남연구원)
ⓒ 은평시민신문
지난 2016년 고향납세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약 11.4%가 고향납세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응답자 대부분은 고향납세를 하는 이유에 대해선 '무료로 지역 특산물을 받을 수 있고, 세금 공제혜택이 있기 때문'이라 응답했다. 답례품과 세금 혜택이 고향납세를 기인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고향납세한 기부금이 어떻게 쓸지 기부자가 선택가능 하도록 한 점도 주요한 특징이기도 했다. 

일본 나라시의 답례품을 살펴보면 기부액 5000엔은 나라시, 10000엔은 나라시 전통술이나 나라시 전통공예품, 30000엔은 나라시 쇠고기, 150,000엔은 나라시 농산물 꾸러미나 나라시 온천숙박권, 180,000엔은 종합건강진단권 등이 있었다.

우려하던 기부제가 현실로?
 
 고향사랑기부제 메인 홈페이지 '고향사랑e음'
ⓒ 은평시민신문
고향사랑기부제는 시작과 동시에 지자체간 기부 유치에 치열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홍보를 넘어서 양 지자체간 소속 공무원들끼리 '상호기부'하는 형태가 나타나기도 하고, 고향사랑기부제 통합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은 답례품 등록 위주로 만들어져 소위 답례품 경쟁으로 치우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과 같은 수도권의 경우 이렇다 할 답례품이 없어 답례품 등록을 하지 못한 자치구가 11곳도 있다. 답례품이 등록된 곳 중에서는 모바일 지역별 사랑상품권만 등록된 자치구도 있다. 그나마 은평구의 경우엔 '문화행사 1열 좌석'이나 '목공체험' 등 공공기관 체험 서비스나 예술작가의 머그잔∙티셔츠 등이 등록되어 있지만 특산품 성격의 답례품이라 보기엔 어려운 지점이 있다.

플랫폼에서 지정기부를 설정할 수 없는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지정기부란 기부자가 원하는 지역의제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걸 말하는데 이를 플랫폼에는 이를 구축해 두지도 않았으며 지자체별로 기부금이 어떻게 쓰일 수 있다는 것조차 마련된 곳이 없다는 점도 지적을 받고 있다.

결국 답례품 경쟁과 성과 경쟁이 초래하는 건 고향사랑기부제의 정책 목적을 달성하게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제도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인 세수편차로 인한 재정격차 개선 효과를 누린다기보단 홍보가 뛰어나거나, 답례품이 기부를 유도해 내는 경우엔 정책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의 지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소속 지자체나 기관별 공무원들이 상호기부를 하는 것도 기부 문화를 확산보단 경쟁만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지역과제 공유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피스완코일본(peace wanko japan)의 고향납세제 번역 홈페이지.
ⓒ 은평시민신문
현시점의 고향사랑기부제가 떠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기부금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영리 민간단체 등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지역 문제를 깊이 고민하여 GCF(정부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모금하는 것에 대한 대안이 제시됐다. 

법률상 고향사랑기부제의 기부금 사용처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 및 청소년의 육성∙보호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건 등의 증진 ▲시민참여, 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그 밖에 주민의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의 추진 등이다. 이처럼 폭넓게 규정이 되어있지만 현재 각 지자체에선 기부금을 어떤 곳에 쓸 예정인지가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 곳을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일본 사례를 살펴보면 홋카이도 유바리시에선 유바리고등학교 교육환경 정비나 지역문제 해결 프로그램 개발, 오끼나와현 기노완시에선 지역 중학생 대상 미국 단기 유학 지원, 아오모리현 히로사카시에선 문화재인 히로사키성 수리비용 지원 등과 같이 구체적으로 기부금 사용처가 제시되어 있었다.

또한 GCF(정부 크라우드 펀딩) 방식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히로시마현이 2010년 시작한 '피스완코 프로젝트'가 꼽힌다. 당시 전국에서 유기견 살처분율 1위였던 히로시마현과 재난구호단체인 피스윈즈재팬이 협력해 GCF 방식으로 고향세를 모금했다. 모금액은 살처분 공고를 받은 개들을 데려와 보호하고 입양하는 일련의 활동에 쓰이고 있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에선 유기견 살처본 '제로'를 실현해 냈고 GCF는 사업 초기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기부금이 막연히 지방정부 재정의 세입원으로 되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미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부금 사용처를 마련하는 것 그리고 지역문제를 공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기부 문화를 확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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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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