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한 고향사랑기부제... 원조 일본에선 유기견 보호에도 쓴다
[은평시민신문 정민구]
▲ 고향사랑기부제 프로세스.(행정안전부) |
결과적으로 제도를 통해 지자체는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기부자는 세액공제 혜택과 지역특산물 등을 답례품으로 받는다. 단 기부자는 주민등록상 거주지에는 기부할 수 없고 이를 제외한 모든 기초나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가 가능하다.
기부액 한도는 1인당 연간 500만 원이며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은 기부액 10만 원 이하는 100%, 10만 원 초과분은 16.5%에 해당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기부자는 기부액의 30% 상당의 지자체가 준비한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고향사랑 기부제 도입을 대통령 대선 공약을 제시했고, 이를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 항목에 포함해 '자치분권 로드맵 30대 과제'로 선정하기 이르렀다. 이후 2021년 국회를 통과하고 2023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단순히 일본의 성공 사례와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제도가 만들어졌다는 것뿐만 아니라 제도가 함의하고 있는 내용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절반 이상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인해 비수도권 지역은 인구 감소 현상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고 출생률 감소와 함께 더불어 지방소멸을 기인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분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뤄보자는 취지가 작동해 고향사랑기부제가 도입됐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비수도권에 기부하고 이는 비수도권 지역의 지방재정확충을 이끌어내 주민 복리 증진에 사용하여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이뤄보자는 취지다. 답례품 제도는 기부제 활성화와 동시에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 일본의 고향납세 건수 및 추이 (2021, 고향사랑 기부제 국외사례연구, 충남연구원) |
ⓒ 은평시민신문 |
일본의 고향납세제도 본인이 거주하는 지자체가 아닌 다른 지자체에 기부금을 납부한다. 납부액의 2,000엔을 초과과하는 몫에 대해 일정액의 소득세와 주민세를 공제받는 구조다.
▲ 일본 나라시의 고향납세제 답례품(2021, 고향사랑 기부제 국외사례연구, 충남연구원) |
ⓒ 은평시민신문 |
▲ 일본 나라시의 고향납세제 답례품(2021, 고향사랑 기부제 국외사례연구, 충남연구원) |
ⓒ 은평시민신문 |
일본 나라시의 답례품을 살펴보면 기부액 5000엔은 나라시, 10000엔은 나라시 전통술이나 나라시 전통공예품, 30000엔은 나라시 쇠고기, 150,000엔은 나라시 농산물 꾸러미나 나라시 온천숙박권, 180,000엔은 종합건강진단권 등이 있었다.
▲ 고향사랑기부제 메인 홈페이지 '고향사랑e음' |
ⓒ 은평시민신문 |
뿐만 아니라 서울과 같은 수도권의 경우 이렇다 할 답례품이 없어 답례품 등록을 하지 못한 자치구가 11곳도 있다. 답례품이 등록된 곳 중에서는 모바일 지역별 사랑상품권만 등록된 자치구도 있다. 그나마 은평구의 경우엔 '문화행사 1열 좌석'이나 '목공체험' 등 공공기관 체험 서비스나 예술작가의 머그잔∙티셔츠 등이 등록되어 있지만 특산품 성격의 답례품이라 보기엔 어려운 지점이 있다.
플랫폼에서 지정기부를 설정할 수 없는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지정기부란 기부자가 원하는 지역의제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걸 말하는데 이를 플랫폼에는 이를 구축해 두지도 않았으며 지자체별로 기부금이 어떻게 쓰일 수 있다는 것조차 마련된 곳이 없다는 점도 지적을 받고 있다.
결국 답례품 경쟁과 성과 경쟁이 초래하는 건 고향사랑기부제의 정책 목적을 달성하게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제도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인 세수편차로 인한 재정격차 개선 효과를 누린다기보단 홍보가 뛰어나거나, 답례품이 기부를 유도해 내는 경우엔 정책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의 지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소속 지자체나 기관별 공무원들이 상호기부를 하는 것도 기부 문화를 확산보단 경쟁만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 피스완코일본(peace wanko japan)의 고향납세제 번역 홈페이지. |
ⓒ 은평시민신문 |
법률상 고향사랑기부제의 기부금 사용처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 및 청소년의 육성∙보호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건 등의 증진 ▲시민참여, 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그 밖에 주민의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의 추진 등이다. 이처럼 폭넓게 규정이 되어있지만 현재 각 지자체에선 기부금을 어떤 곳에 쓸 예정인지가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 곳을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일본 사례를 살펴보면 홋카이도 유바리시에선 유바리고등학교 교육환경 정비나 지역문제 해결 프로그램 개발, 오끼나와현 기노완시에선 지역 중학생 대상 미국 단기 유학 지원, 아오모리현 히로사카시에선 문화재인 히로사키성 수리비용 지원 등과 같이 구체적으로 기부금 사용처가 제시되어 있었다.
또한 GCF(정부 크라우드 펀딩) 방식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히로시마현이 2010년 시작한 '피스완코 프로젝트'가 꼽힌다. 당시 전국에서 유기견 살처분율 1위였던 히로시마현과 재난구호단체인 피스윈즈재팬이 협력해 GCF 방식으로 고향세를 모금했다. 모금액은 살처분 공고를 받은 개들을 데려와 보호하고 입양하는 일련의 활동에 쓰이고 있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에선 유기견 살처본 '제로'를 실현해 냈고 GCF는 사업 초기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기부금이 막연히 지방정부 재정의 세입원으로 되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미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부금 사용처를 마련하는 것 그리고 지역문제를 공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기부 문화를 확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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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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