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살이] 대기업 직장인이 알바에게 한 당부, 이상하다 싶더니

장한이 2023. 4. 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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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틀에 박히고 게으르게 일하지 않는 3가지 팁

3040시민기자들이 쓰는 달콤살벌한 순도 99.9%의 현실 직장인 이야기. <편집자말>

[장한이 기자]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 한 대기업에 3개월 단기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휴가를 내는 직원 대신 근무하는 조건이었다. 

며칠 동안 담당자와 함께 일하며 업무를 익혔고, 휴가 직전 본격적으로 업무 인수인계를 받았다. 업무를 넘겨준 전임자는 매사 여유가 넘치는 듯 느릿느릿, 조금은 권태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처음에는 '일이 힘들어서 그런가?' 정도로 여겼다.

최종 업무 인수인계를 할 때 전임자는 업무 목록을 꼼꼼하게 정리했고, 업무를 중요한 순서대로 일목요연하게 분류했다. 이것만 있으면 안심이다 싶었다. 그런데 마지막 당부가 의아했다.

"다른 부서나 현장에서 업무 요청이 오면 무조건 다 해주지 말고, 빨리해주지도 말고,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지 말아요. 그리고 일이 많아도 주말에는 나올 필요 없어요. 아무리 재촉해도 천천히 해줘요."

'분명 숨은 의도가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알바가 자기보다 일을 잘할까 봐 걱정되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몇 개월 동안 타 부서와 현장을 상대로 일하며 내막을 알게 됐다.
▲ 매너리즘 직장인은 수시로 매너리즘에 빠진다.
ⓒ Pixabay
 
아르바이트 시작 당시 회사의 업무 성수기라 무척 바빴다. 여기저기서 업무 요청이 밀려와 할 일이 점점 쌓였다. 수시로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여기저기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유는 선임자의 업무 태도 때문이었다. 그는 일을 가려 받았고, 업무 요청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요청 사항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판단하거나 급한 업무를 요청해도 천천히 처리했다고 한다.

업무 방어라고 하기에는 지나친 느낌이었다. '팀장은 이런 상황을 몰랐을까?', '어떻게 이런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릴까?' 아르바이트생이 일을 너무 열심히 하면 자신이 돌아왔을 때 피곤해질 테고, 일을 제대로 못 하면 자신의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을 미리 계산해 둔 발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제와 돌이켜 보면 직장생활 7년 차 전임자의 매너리즘과 업무 권태기가 아니었나 싶다. 매너리즘은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 권태는 '어떤 일이나 상태에 시들해져서 생기는 게으름이나 싫증'을 의미한다.

직장인에게 신선함과 독창성은 경쟁 요소이고, 일에 시들해져 생기는 게으름은 퇴보의 지름길이다. 이는 직장인이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갑자기 의욕을 상실하거나 열정과 성취감을 잃고 무기력해지는 '번아웃 증후군'과는 다르다.

직장에서는 매너리즘과 업무 권태기에 빠진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반복되는 일상과 틀에 박힌 업무에 지쳐 시나브로 변했을 것이다. 직장생활을 여기서 멈출 게 아니라면 반드시 극복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나, 현재 업무에서 탈출 모색 

같은 일을 오랜 기간 하고 있다면 업무를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직무에 도전한다든지 새로운 환경을 찾아 이직을 준비하는 것도 변화를 꾀하는 방법이다. 

징그럽게도 한 업무만 17년째다. '이제는 이 업으로 직장생활을 마무리해야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길고 긴 세월 동안 (내 일을 사랑하지 않았음에도) '직무를 바꿔보자'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안일한 태도는 후회된다.

입사 6년째가 되었을 때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일에 질려버렸다. 퇴사와 이직 사이에서 몸부림칠 때, 자의반 타의반으로 다른 계열사로 옮길 기회가 생겼다. 같은 업무였지만, 새로운 회사,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을 통해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

얼마 전 거래처 담당자와 점심을 먹었다. 직장생활 20년 차인 그는 아직도 자신이 하는 일이 너무 즐겁다고 했다. 일을 더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 못 할 지경이라는 밝은 표정, 진심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었다. 비결을 물었더니 그동안 부서를 적당히 바꾼 덕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부서를 옮겨 업무를 바꾸는 것도 생기를 되찾는 방법이다. 그에 앞서 지금 하는 일 외에 자신이 어떤 업무에 자신 있고 잘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사내 공모 등을 통해 직원을 채용할 때, 조직개편 등이 있을 때 자신의 역량을 어필하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둘, 본캐의 싫증을 잠재우는 부캐

취미 활동도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이다. 직장인에게는 퇴근 이후의 삶이 진짜 나의 삶이다. 하루 종일 일과 사람에 시달려 피곤하다고 자신을 방치하면 상황은 결코 나아질 수 없다. 스스로를 어르고 달래고 자극하며 일으켜 세워야 한다.

한 취업 플랫폼에서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부캐문화 열풍'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약 65%가 '긍정적이다'라고 답했다. 이유는 '다양한 자아 정체성을 표출할 수 있다', '새로운 자아 발견, 현실에 포기된 꿈 및 취미 실현' 등 이었다.

부캐는 좋아하는 활동, 취미를 의미하기도 한다. 취미는 또 다른 자아를 표출할 기회이자 직장인에서 다른 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 짜릿한 순간이다.

나는 퇴근 후 작가가 된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볼멘소리하면서도 직장생활을 소재로 글을 쓰며 활력을 충전한다.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한 후배는 퇴근 후 사진작가가 된다.

틈만 나면 공항에 나가 비행기 사진을 찍어 공모전에 입상하기도 했다. 그림이 취미인 한 동료는 퇴근 후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자격증을 따 동료들 화장해주는 일을 즐기는 후배, 스킨스쿠버의 매력에 빠져 자격증 취득 후 강사로 활동하는 후배도 있다.

확고한 취미가 있는 이들에게는 활력이 느껴진다. 뇌 과학책 <인스타 브레인>에서는 '모든 움직임은 뇌에 좋다. 신체 활동은 스트레스 지수를 낮춰주고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말한다. 매너리즘과 권태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꾸준히 무언가를 추구하며 몸과 마음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일이 아닐까.

셋,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여행 
 
 여행은 삶에 긍정 에너지와 활력을 준다.
ⓒ Pixabay
 
척박한 삶에서 여행은 빼놓을 수 없는 단비다. 마스크 없이 마음껏 사진 찍을 수 있는 세상을 되찾았다. '여행'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누구나 들뜨고 설렐 것 같지만, 귀차니즘에 찌든 사람에게는 여행 준비 과정조차 힘겹다. 그럴 때 친한 동료나 친구에게 의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유가 있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하면 비로소 여유가 생긴다. 마하트마 간디는 "가장 위대한 여행은 지구를 열 바퀴 도는 여행이 아니라, 단 한 차례라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이라고 했다. 여행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긍정 에너지를 급속 충전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직장인은 가끔 '가장 위대한 여행'을 떠나야 한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봐야 수시로 직장인에게 들이닥치는 매너리즘과 권태로운 일상에 잠식당하지 않는다.

그때 휴가를 갔던 선배는 복직 후 새로운 업무를 맡았고 전보다 훨씬 생기가 돌았다. 나는 아르바이트 3개월 만에 선배 업무를 정식으로 인계받고 정직원으로 입사해 15년 넘게 회사에 다녔다. 

아르바이트생에서 대기업 직원이 되었음에도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수시로 갈팡질팡했다. 매너리즘과 권태로움 극복을 위해서는 잿빛 일상을 칼라로 물들일 변화의 포인트가 필요하다. 수시로 자신을 돌아보며 각성하지 않으면 금세 틀에 박힌 일상의 무색무취와 게으름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

《 group 》 직장살이 : https://omn.kr/group/salaried2023
3040시민기자들이 쓰는 달콤살벌한 순도 99.9%의 현실 직장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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