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괴롭히는 러…'신성한 나무' 앞 나체 촬영한 여성에 발칵
“신성한 나무에서 알몸 사진을 찍으면 멋져 보이나? 러시아로 돌아가라.”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한 러시아 여성이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 있는 700년 된 반얀나무에서 나체로 사진을 찍어 인도네시아인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다 결국 추방당했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온 루이자 코시크(40)는 발리 타바난 지역의 바바칸 사원에 있는 700년 된 반얀트리에서 벌거벗은 모습을 찍어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이 사진을 발리에서 활동하는 인도네시아 사업가가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알몸으로 사진을 찍은 건 우리 조국을 무시한 행동으로,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할 수 없다면 돌아가라”고 비판했다. 그의 SNS 팔로어는 55만명이 넘는다.
발리 주민들은 힌두교를 숭배해 모든 사물에 신성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나무나 산 같은 것도 신이 깃든 곳으로 여긴다. 특히 반얀트리는 나무껍질이 흰색 종이처럼 벗겨지는 나무로 특별히 더 영험하다고 믿는다.
코시크의 나체 사진은 인도네시아인들의 광범위한 분노를 샀고, 결국 지난 13일 이민국에 체포됐다. 코시크는 “나체 사진은 몇 년 전에 찍은 것으로 이 나무가 신성한 나무인지 몰랐다”고 반박했으나, 지난 16일 밤늦게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타고 추방됐다.
최근 1년 사이 이 같은 러시아인들의 기행으로 발리 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러시아 인플루언서인 아내 알리나 파즐리바와 남편 안드레 파즐리브가 코시크처럼 반얀나무에서 나체 사진을 촬영해 SNS에 올려 추방당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남성 유리 칠리킨(24)이 발리 북동쪽에 있는 아궁산에서 바지를 내리고 하체를 노출해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 현지인들의 뭇매를 맞았다. 해발 3142m 대형 화산인 아궁산은 ‘불의 신이 사는 곳’이란 의미로 현지인들과 힌두교도들에겐 성지로 여겨진다.
성지에서 불경스러운 행동을 한 이들은 최소 6개월 동안 인도네시아 입국 금지 명령을 받았다. 한 현지 경찰관은 CNN에 “외국인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가 보면 대부분 러시아인이다”면서 “이들은 법 위에 있는 듯 행동한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러시아 여성들은 발리에서 성매매를 하다 발각돼 추방됐다. 또 불법 비자로 체류해 관광가이드·택시기사·미용사·아이돌보미 등으로 활동하는 러시아인이 늘면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발리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지 푸트로는 “발리 내 전체 사업이 러시아인의 유입으로 현지인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그들은 세금도 내지 않고 공짜로 돈을 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와얀 코스터 발리 주지사는 지난달 “러시아인들이 발리에서 비자 규칙을 위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인도네시아 법무부에 러시아 시민의 비자 요건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러시아를 포함한 86개국을 대상으로 비교적 입국이 쉽고 간편한 도착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국가 시민들은 인도네시아 입국 전 미리 비자를 받지 않아도 공항에서 별도의 절차를 통해 도착비자를 수령할 수 있다. 도착비자는 단기 방문 혹은 관광 목적으로만 최대 30일 체류할 수 있고 1회 연장(30일)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러시아인 약 6만명이 발리를 찾았다고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경제적 문제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속속 넘어왔고, 지난해 9월 부분적 군 동원령 선언 후에는 징병을 피하기 위해 매달 약 2만명씩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핀란드 등 인접한 서방 국가가 대(對)러시아 제재로 비자 발급 제한을 두면서 러시아 관광객 대다수가 발리로 발을 돌렸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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