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하나 붙여요" 신입생 면접 개입한 교장… 대법 "방해 아냐"

1심 무죄→2심 "업무방해" 벌금 500만원
대법 "의견 교환 과정, 면접관도 양해"

특성화고등학교 신입생 입학 사정회의에 개입해 입학생 면접 순위를 변경시킨 교장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면접위원들과 의견 교환이 있었다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전주지법에 파기환송했다고 18일 밝혔다.

전북의 한 특성화고등학교 교장이었던 A씨는 2016년 11월 신입생 입학 사정회의를 주재하던 중 면접위원들에게 화를 내며 "여학생 하나 붙여요. 남학생 다 떨어뜨리고" 등 발언을 해 신입생 면접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면접위원인 피해자들에게 화를 내며 "참 선생님들이 말을 안 듣네. 중학교는 이 정도면 교장 선생님한테 권한을 줘서 끝내는데, 왜 그러는 거죠"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씨의 의견대로 점수 합산 42순위로 불합격권이었던 학생이 합격했다. 이 과정에서 한 면접위원이 "학생 지도를 하는 건 교사들입니다"라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논의를 계속하던 중 다른 면접위원들이 해당 학생을 합격시키자는 결론에 동의하면서 면접 순위가 변경됐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전형위원들은 피고인의 지시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것이 염려돼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유죄로 보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사정회의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들로 면접 점수가 조정될 수 있음을 위원들이 양해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 발언이 부정한 청탁에 의한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