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뉴욕 중국 향우회장 등 2명 체포…비밀경찰 운영혐의 첫 사례

서유진 2023. 4. 1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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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중국 지방 향우회를 운영해온 남성 2명을 이른바 '비밀 경찰' 운영 혐의로 17일(현지시간) 체포해 기소했다. 세계 각국에서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 운영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관련자의 체포 및 기소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와 CNN에 따르면 이날 체포된 루젠왕(61)과 천진핑(59)은 중국 푸젠(福建)성 향우회인 '창러공회(長樂公會)' 간판을 내걸고 비밀경찰서를 운영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중국계 미국 시민권자이며 루는 회장, 천은 사무국장이었다고 NYT가 전했다.

이날 법무부가 공개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 정부의 요원 활동을 공모한 혐의와 중국 공안부와 주고 받은 통신기록을 삭제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

루젠왕(사진)이 17일 뉴욕에서 기소된 뒤 브루클린 연방법원을 나서는 모습. 미국 법무부는 루젠왕과 천진핑이라는 중국계 미국 시민권자 두 명이 중국 정부를 대신해 뉴욕에 비밀경찰 사무실을 세운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창러공회는 2016년 130만 달러(약 17억원)에 맨해튼 차이나타운 6층 건물 사무실을 임대해 운영 중이었다. FBI와 뉴욕 브루클린 연방 검찰은 이곳이 간판만 향우회일뿐 사실상 중국 비밀경찰서로 활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루는 조사과정에서 이 같은 혐의를 부인하면서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의 운전면허증 갱신 등을 돕기 위해 '감독 서비스 센터'를 운영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으며 천 사무국장은 중국 관리들과의 연락 담당이라고 말했다고 CNN이 전했다. 천은 처음에는 중국 정부와 직접 접촉한 사실을 전면 부인하다가 나중에 인정했다고 한다.

미 법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루 회장은 과거 미국 내에 있는 반(反)중국 인사를 탄압하는 활동에 적극 가담해 중국 공안부 관리로부터 상패를 받은 인물"이라고 밝혔다.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중국 '비밀 경찰서'를 운영한 혐의로 체포된 두 중국계 남성(왼쪽 끝, 오른쪽 끝)이 변호사 수잔 켈란(가운데)과 함께 17일 뉴욕 브루클린 법원에 출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브루클린 연방지검의 브레언 피스 지검장은 "뉴욕 한복판에서 비밀 경찰서를 설립한 중국의 명백한 주권 침해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 법무부의 매튜 올슨 국가안보담당 차관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중국은 반체제 인사와 정부 비판자를 감시·위협하기 위해 뉴욕에 비밀리에 물리적인 기구를 설립했다"면서 "중국의 행동은 허용되는 민족·국가 행위 범위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권위주의적 탄압의 위협으로부터 미국 거주자의 자유를 단호히 지킬 것"이라고 전했다.

피고인들이 유죄 확정 선고를 받으면 중국 공산당의 대리인으로 활동하기 위해 공모한 혐의 등으로 최대 25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BBC가 전했다.

중국 '비밀 경찰서'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미국 창러(長樂)공회 사무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브루클린 검찰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해외 도피 사범 송환 작전인 '여우사냥'과 관련,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그의 아들을 협박해 강제 귀국시키려고 한 중국인 국적자 7명을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FBI와 검찰은 차이나타운의 창러공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창러공회의 '비밀경찰' 운영 혐의가 짙어지며 수사 당국의 정조준 대상에 오르게 됐다.

올해 초 이 사무실이 중국 비밀경찰서로 지목되자 워싱턴 DC의 주미중국대사관 측은 "해당 사무소는 미국에 사는 중국인을 돕는 장소이며 이들은 중국 경찰관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마이클 드리스콜(왼쪽) FBI 뉴욕 사무소 부국장과 데이비드 선드버그 FBI 워싱턴 DC 사무소 부국장이 1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중국 비밀경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체포와 기소로 비밀경찰서의 실체가 공개될 전망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난해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가 세계 50여개 국에서 비밀경찰서 약 100곳을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에 캐나다·네덜란드·아일랜드 정부는 중국 당국에 비밀경찰서 운영 중단을 요구했다.

중국에 항의를 한 국가는 여럿 있었지만, 실제로 비밀경찰서와 관련, 체포와 기소까지 이뤄진 사례는 미국이 처음이라고 NYT는 전했다. 한국의 경우, 서울에서 운영중이던 한 중식당이 비밀경찰서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식당 측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서유진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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