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음료' 협박전화 이놈이었다…고시텔 침대 밑 수상한 상자
지난해 12월 경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로 전화가 걸려왔다. 경북 포항시 한 고시텔에 수상한 신호가 포착됐다는 경찰청 첩보였다. 곧장 해당 장소로 출동한 경찰은 인근 지역을 수색한 결과 허름한 고시텔 객실 침대 아래에서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플라스틱 재질인 수납용 박스 안에는 안테나가 여러 개 달린 기계와 이 기계에 전력을 공급해주는 배터리가 들어 있었다.
이 기계는 해외에서 발신되는 국제전화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장치, 이른바 ‘변작(變作) 중계기’였다. 변작 중계기는 국제전화나 국번이 070인 전화번호를 010으로 시작되는 번호로 바꿔 상대방을 속일 수 있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범죄에 주로 활용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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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밭·공사현장·풀숲·쓰레기장…생활 속에 숨겨
변작 중계기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생활 주변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에 둔다고 한다. 실제 인적이 드문 야산, 하천 갈대밭, 아파트 공사 현장, 음식물 쓰레기 더미 근처에서 변작 중계기가 든 상자가 발견된다. 지난해 1월 경북 영천시 한 폐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까지 달린 상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를 제조해 학생들에게 마시게 하고 학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할 때도 변작 중계기를 활용해 발신번호를 조작했다.
박영완 수사관은 “변작 중계기 하나에 최대 유심칩 32개를 삽입할 수 있는데 각 유심칩마다 전화번호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며 “범죄 조직이 전화번호 하나로 하루 평균 200~300건씩 보이스피싱 유도 전화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변작 중계기 하나만 차단해도 범행 시도를 하루 최대 9600건까지 차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최근 변작 중계기 범죄가 급증하면서 경북경찰청은 지난해 1월부터 전담팀을 구성해 단속을 펼친 결과 변작 중계기를 운영한 일당 32명을 검거하고 이 중 19명을 구속했다. 범행에 이용된 593회선 분량 심박스 27대, 유심칩 1165개, 휴대전화 501대 등을 압수해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되는 전화번호 1094개를 차단하는 성과를 거뒀다.
인출책과 달리 윗선과 긴밀…검거 필요성 높아
변작 중계기 운영책은 단순히 현금을 인출하는 아르바이트와 달리 윗선과 긴밀히 소통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운영책을 검거하면 보이스피싱 조직 전체를 적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형관 수사관은 “검거한 운영책을 조사해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등 5명이 중국으로 도주했다는 사실을 파악,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려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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