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영화의 위기, 콘텐츠 위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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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에 도로가 뚫리는 것은 기대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기대는 도시 사람들이 관광 등을 하러 시골로 몰려와 마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이다.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시골 사람들이 쇼핑 등을 하기 위해 도시로 빠져나가 마을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는 '도로'를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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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에 도로가 뚫리는 것은 기대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기대는 도시 사람들이 관광 등을 하러 시골로 몰려와 마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이다.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시골 사람들이 쇼핑 등을 하기 위해 도시로 빠져나가 마을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겉으로는 발전한 듯 보이나 내용적으로는 허전하다. 우리네 시골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경우다.
기대대로 되느냐, 기대와 다른 결과로 이어지느냐는 시골에 ‘경쟁력 있는 차별화 된 콘텐츠’가 있느냐에 달렸다. 시골이라도 사람들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독보적인 콘텐츠가 있으면 그 마을은 산다. 그게 문화유산이든, 먹거리든, 공연이든, 카페든 상관없다. ‘인스타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 꽃밭이나 독특한 조형물도 마찬가지다.
요즘 한국 영화가 이런 상황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는 ‘도로’를 깔았다. 글로벌 진출, K무비 시대가 오는 듯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암흑기를 맞았다. 극장은 문을 닫았고, 관객은 사라졌다. 이 와중에도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송강호 배우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뭔가 불안하긴 했지만 1000만명을 넘긴 ‘범죄도시2’, 700만명을 넘긴 ‘한산:용의 출현’이 그나마 체면 유지를 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2023년 상반기 한국 영화는 역대 최악이다. 올 들어 3월까지 개봉한 주요 한국영화는 7편인데, 1월에 개봉한 황정민 현빈 주연의 ‘교섭’ 만이 172만명을 기록했을 뿐이다. 나머지 영화들은 100만명을 넘기지 못했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한 편도 없다. 4월 17일 현재 400만명을 넘겨 흥행을 이어가는 영화는 ‘스즈메의 문단속’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 일본 영화다. 4월 개봉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국 영화 ‘리바운드’와 ‘킬링 로맨스’는 흥행에 실패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한 영화계 관계자는 “지금 개봉했다가 홍보비도 못 건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오가고 있다. 다 찍고 개봉하지 않은 영화가 50편이 넘는다. 넷플릭스에 팔까 고민하는 이도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패러다임 쉬프트가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Over the top)가 대세를 형성하면서 극장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극장이라는 큰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영화를 보는 양태가 바뀌고 있다. ‘개인화’로 가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 영화가 코로나 이전에 촬영한 것이기에 관객들의 바뀐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측면도 있고, 짧은 영상에 익숙한 세대에게 2시간이라는 러닝 타임은 길어도 너무 길다. 탄탄한 스토리가 받쳐 주지 못한다면 더욱 그렇다. 영화판을 떠나 OTT에 도전하는 작가, 감독들도 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있기에 올린 관람료를 내린다고 당장 관객들이 돌아올 문제는 아니다.
‘경쟁력 있는 차별화 된 콘텐츠’를 되돌아보며 세대교체와 새로운 시대를 맞을 준비를 할 때다. 영화의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 콘텐츠의 위기는 아니지 않은가.
소종섭 트렌드&위켄드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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