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 지나 수채화에 관심... 전시회 열기까지

박희종 2023. 4. 1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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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서러움 느끼면서 시작해,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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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종 기자]

▲ 수채화 전시회 고등학교 동기들과 어울려 전시회를 하는 광경이다. 아내와 함께 출품한 수채화를 보면서 많은 친구들의 격려와 찾사를 받았음에 행복한 전시회였다.
ⓒ 박희종
초등학교에서 크레용, 중학교에서의 파스텔이 미술에 대한 전부의 기억이다. 미술을 접해 보지 못해 흥미도 관심도 없었다. 학창 시절, 미술에 대한 설움을 달래고 싶었지만 세월은 만만치 않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미술관을 만났다. 해외여행에서 만났고 국내 여행에서도 자주 접하게 되었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없었기에 흥미도 없었고, 언제나 특정인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몸부림치고, 오슬로 뭉크박물관을 서성인 것은 단지 유명 화가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미술에 관해 아는 것이 없었던 아쉬움은 늘 앙금으로 남아 있었다. 빈곤한 시골에서 자란 이유만으로 그림을 알지 못하는 서러움을 늘 안고 살았다. 왜 친구들은 그림을 잘 그리며 높은 점수를 받아야만 했던가? 가슴속 응어리를 풀고 싶었지만 먹고 살기 힘겨운 삶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놓아주질 않았다.

무모한 도전이 시작되었다

세월이 흘러 족쇄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조금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오고 있었다. 세월은 더 흘렀고, 미술에 관한 지식이 전무해 그림 그리는 환경이 너무도 생소하기만 했다. 고민 끝에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아내가 선수로 나서기로 했다. 아내가 먼저 화실 등록을 했고, 얼마간의 세월이 지나며 등록을 했다. 마음속에만 있던 그림을 지천명이 지나서 시작한 것이다. 젊은 사람들 속에 늙어가는 청춘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선부터 그리는 모습이 쑥스럽다. 어떻게 할까? 계속 버티며 살아야 하나, 아니면 집어치우고 말까?

낯선 환경이지만 눈감고 일 년만 버티기로 했다. 누군들 처음부터 잘할 수가 있다던가? 조금씩 그림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서서히 이루어지는 그림이 신기하기도 했으며 버틸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아내와 함께 일주일에 두세 번, 한 번에 두 시간 반을 버티며 살았다. 몇 년이 지나면서 그림이 모습을 갖추어 갔다.

서서히 자신감이 생기고 흥미를 갖게 되었다. 허술한 그림이지만 전시회에 작품을 내 보기로 했다. 어렵게 용기를 내어 출품한 작품,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수학을 가르치던 사람이 색소폰을 연주하고 수채화를 그린단다. 그럴듯한 작품 모습에 여기저기서 전화가 왔다. 언제부터 그림을 시작했느냐고. 세월은 더 흘렀고 제법 그럴듯한 수채화가 되어 갔다.

은퇴 후 삶에 큰 재산

동호회 회원들과 전시회를 하기 시작했다. 일 년에 한 번, 그럴듯한 전시관에 그림을 걸었다. 와, 내가 수채화 전시회를 한다고? 커다란 현수막에 작가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조금은 쑥스럽지만 수채화 작가가 된 것이다. 친지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꽃다발을 받았다.

너무나 해보고 싶은 수채화 전시회를 하고, 새로운 도전은 공모전 출품이다. 여러 공모전에 출품을 했고 늘 입상이 되었다. 상금을 받아 선심을 쓰기도 했다. 서서히 수채화에 흥미를 갖게 되면서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술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나는 길에 할 수 없어 찾았던 미술관이 찾아가는 미술관이 되었다.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할 수 있을까를 확인해 보기 위해 도전한 수채화다.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할 수 없을 것 같아 서둘러야 했다. 그림에 관한 서러움에 풀기 위해,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 수채화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도전하기 위해 80호의 거대한 작품을 시작했다.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시작한 수채화, 대한민국미술대전이라고 안 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몇 달 동안 공들여 그려 낸 대작은 아직 멀었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지 않은가?

프로를 생각하며 시작한 그림이 아니다. 오래 전의 기억을 생각하며 취미로 시작한 그림이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온갖 어려움을 딛고 시작한 수채화가 은퇴 후 삶에 커다란 기쁨이 될 줄은 몰랐다. 은퇴를 생각하지 않고 살아온 삶에 무시할 수 없는 재산이다. 무모한 듯 하지만 도전은 언제나 황홀했다. 누군들 쉬운 일이 있겠는가? 아직도 드나들고 있는 화실, 언제나 즐거움으로 맞이하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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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미술에 대한 서러움을 달래고 싶어 시작한 수채화다. 수채화 전시회를 하고 공모전에 출품하면서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부자들의 전유물로만 알았던 수채화가 살아가는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미술관을 찾아가고 고개를 끄덕이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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