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핀으로 속눈썹 멋내려다 '각막 화상'을 입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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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실핀과 라이터를 이용한 속눈썹 터치가 눈길을 끌었다.
언니의 행동을 복기하며 한 손으로 실핀 가장자리를 잡고 다른 손으로 라이터 불을 켰다.
불이 위험한 건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조심스레 실핀을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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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애 기자]
다이어트, 성형수술, 피부관리, 치아교정, 화장, 액세서리, 써클렌즈... 남들 눈에 잘 보이기 위한 (혹은 자기만족을 위한) 욕심에는 끝이 없다. 설령 나이가 아주 많거나 어리다 하더라도.
6세 다연이는 빨간색으로 염색을 하고 싶어 했고 9세 다은이는 아침에 새하얀 토끼 머리핀을 앞머리에 장식한 채 등교했다. 나는 피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점심식사 후 콜라겐 젤리를 먹었고 남편은 살을 빼겠다며 점심식사를 건너뛰었다. 남들 눈에 잘 보이고 싶어서든 자기만족을 위해서든 외모에 신경을 쓰고 관리하려 애쓰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지난 주말 지인들과의 1박 2일 모임에 갔다가 신기한 물건을 접했다. 일명 '속눈썹 고데기' 온열 뷰러였다. 속눈썹을 동그랗게 말아 올려주는 뷰러와 속눈썹 펌은 알고 있었는데 온열 뷰러는 처음 보는 신문물이었다. 따끈해진 뷰러로 속눈썹을 집어보았다. 그때 떠오르는 추억 하나.
성인이 되면서 독립한 막내언니는 유독 화장에 정성을 들이곤 했다. 뽀얀 분을 얼굴 전체에 두드리고 아이섀도를 바르고 속눈썹을 말고 마스카라를 칠하고 눈썹을 그리고 립스틱을 바르고 볼터치를 하고 콧날과 턱선에 음영을 주는 일련의 행위들은 낯설고도 신비로웠다. 그중에서도 실핀과 라이터를 이용한 속눈썹 터치가 눈길을 끌었다.
당시 중학생이던 나는 집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화장대 앞에 앉았다. 언니의 행동을 복기하며 한 손으로 실핀 가장자리를 잡고 다른 손으로 라이터 불을 켰다. 불이 위험한 건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조심스레 실핀을 달궜다. 끝이 달궈진 실핀을 속눈썹에 갖다 댈 차례였다. 거울을 응시하며 가까이, 조금 더 가까이, 이런! 미숙한 손놀림이 삑사리를 냈다.
앗! 순간적으로 소리치며 눈을 감았지만, 본능적인 반사작용이 인위적인 동작보다 한발 늦고야 말았다. 뜨거워진 실핀이 그새 검은 눈동자에 하얀 자국을 남겼다. 통증 때문에 저절로 차오르는 눈물도 화상의 열기를 식혀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학생이 해선 안 될 행동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비밀로 묻어두려 했지만 따가웠다. 따가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내 얘기를 들은 엄마는 별 말 없이 택시를 불렀고 대학병원 의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낯이 뜨거워졌다. 현미경으로 눈을 검사한 의사가 긍정적인 예후를 제시했다.
"생각보다 우리 눈의 각막이 두꺼워요. 약 넣고 치료하면 괜찮아질 거예요."
일주일 가량 약을 먹고 안약을 넣고 안대를 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이래서 '아이 보는 데는 찬물도 못 먹는다'는 속담이 있는 것 같다.
'눈 건강' 교육을 할 때면 그날의 일화를 종종 들려주는데, 초등학생들은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잘 안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실핀과 라이터는 요즘 초등학생들이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닌 듯하다. 하긴 뷰러와 온열 뷰러가 있는 세상에서 실핀과 라이터가 웬 말이야. 더구나 실핀으로 화상을 입는다니 그들 귀에는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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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주간지 <서산시대> 동시기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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