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에 뒤지지 않는 액션... 양자경은 이런 배우였다

양형석 2023. 4. 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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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여성 액션스타 양자경의 복귀작 <폴리스 스토리 3>

[양형석 기자]

지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아카데미 92년 역사의 새 기록이 쓰여졌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비 영어권 영화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것이다. <기생충>의 4관왕으로 포문을 연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이듬해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아시아 국적 배우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1958년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우메키 미요시는 일본계 미국인).

그리고 다시 2년이 지난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한 대형사건이 터졌다. 미국영화지만 동양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동양적인 색체가 물씬 풍긴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무려 7개 부문을 싹쓸이한 것이다. 특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아카데미의 그랜드슬램'으로 불리는 작품상과 감독상, 남녀주연상, 각본상(각색상) 중에서 남우주연상을 제외한 4개 부문을 쓸어 담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변은 에블린을 연기한 양자경이 환갑을 넘긴 적지 않은 나이에 '오스카의 여왕'으로 불리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특히 1980~1990년대 홍콩영화를 즐겨 봤던 영화팬이라면 양자경의 수상소식에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양자경은 젊은 시절 다른 장르도 아닌 액션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홍콩에서도 결코 흔치 않았던 여성 액션스타였기 때문이다.
 
 <폴리스 스토리3>는 성룡의 인지도 덕분에 개봉 4년 후 북미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 (주)동아수출공사
 
홍콩 액션스타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집안에서 태어난 양자경은 15살에 변호사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발레를 배우다 부상으로 꿈을 접고 연기로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3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양자경은 1983년 미스 말레이시아에 출전해 우승했고 말레이시아를 대표해 미스 월드 대회에도 출전했다. 그리고 이듬해 홍콩의 인기스타 성룡과 시계 CF에 출연하면서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여러 영화에서 조·단역으로 출연하며 경험을 쌓던 양자경은 1985년 <예스 마담>의 주연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액션배우의 길을 걸었다. 양자경은 <예스 마담> 4편까지 출연하며 액션배우로 큰 인기를 끌었고 <예스 마담>의 성공 이후 홍콩에서는 여성경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액션영화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양자경처럼 빠르고 유연한 액션연기를 선보이는 여성배우는 결코 흔치 않았다.

1988년 결혼과 함께 돌연 은퇴를 선언한 양자경은 1992년 이혼 후 다시 영화계로 돌아왔다. 그리고 4년 만에 출연한 양자경의 복귀작은 바로 8년 전 CF를 함께 찍었던 성룡과 재회한 <폴리스 스토리 3 - 초급경찰>이었다. 사실 성룡의 액션은 워낙 화려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남성배우들도 쉽게 따라하기 힘든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양자경은 여성의 몸으로 성룡에게 뒤지지 않는 화려한 액션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1998년 < 007 네버 다이 >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에 진출한 양자경은 2000년 주윤발, 장쯔이 등과 출연한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양자경은 2000년대 중국과 할리우드를 오가며 활동했고 2006년 <게이샤의 추억>과 2008년 <미이라 3:황제의 무덤> 등에 출연했다. 2000년대와 2010년대 할리우드에서 액션이 필요한 동양인 중년 여성 역할은 양자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해도 큰 과장이 아니다.

2021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양조위와 함께 '주연보다 인상적인 조연'으로 열연을 펼친 양자경은 2022년 3월 할리우드 진출 후 처음으로 단독주연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언스>에 출연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으며 흥행에도 성공했고 양자경은 아시아 배우로는 최초, 백인이 아닌 배우로는 2002년 할 베리 이후 21년 만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성룡에도 뒤지지 않는 양자경의 액션
 
 양자경(왼쪽)은 <폴리스 스토리3>에서 홍콩 최고의 액션스타 성룡에게도 뒤지지 않는 액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 (주)동아수출공사
 
<폴리스 스토리>는 주인공 성룡은 물론이고 홍콩영화 역사에도 상당히 의미가 깊은 시리즈 물이다. 물론 홍콩영화 중에는 배우가 바뀌면서 10편 넘게 제작됐던 <예스 마담> 시리즈도 있고 오리지널 시리즈만 6편까지 제작된 <황비홍>처럼 <폴리스 스토리>보다 더 긴 시리즈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폴리스 스토리>는 주연배우가 변하지 않고 무려 37년의 시간 동안 꾸준히 제작된 전통의 시리즈 영화다.

물론 <폴리스 스토리> 역시 1996년에 개봉한 4편부터는 '성룡이 경찰 역할을 맡은 액션영화'라는 기본설정만 따온 별개의 이야기다. 따라서 홍콩의 강력반 형사 진가구(성룡 분)가 위험한 일에 휘말렸다가 특유의 기지와 액션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는 <폴리스 스토리> 1~3편 뿐이다. 진가구 스토리의 마지막 이야기인 <폴리스 스토리 3 - 초급경찰>이 성룡과 <폴리스 스토리>의 팬들에게 유난히 사랑 받는 이유다.

<폴리스 스토리 3>는 1985년과 1988년에 개봉했던 1, 2편과 세계관이 연결되지만 1, 2편을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감상에는 크게 지장이 없다. 진가구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중국 인터폴의 양과장(양자경 분)은 3편에서 처음 등장하는 인물이고 진가구와 여자친구 아미(장만옥 분)의 관계는 영화 초반 두 사람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충분히 설명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폴리스 스토리 3>는 드라마보다 액션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영화다.

1990년대 초반 이연걸과 함께 '홍콩액션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던 성룡의 액션은 명불허전이지만 성룡과 액션 호흡을 맞춘 양자경 역시 성룡 못지 않게 화려한 액션들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물론 트럭에 뛰어들어 매달리는 연기나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리는 기차 지붕에 올라타는 위험천만한 스턴트 연기를 양자경이 직접 했다고 믿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양자경은 빠르고 우아한 동작과 화려한 발차기로 성룡과 함께 시원하게 범죄자들을 소탕했다.

<폴리스 스토리 3>는 성룡의 전성기였던 1992년 9월에 개봉해 서울관객 27만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홍콩 액션영화로는 드물게 2015년에 재개봉 되기도 했다(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폴리스 스토리 3>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았고 성룡이 <홍번구>로 서구권에 이름을 알린 후에는 1996년 북미에서 개봉해 16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연기파 배우 장만옥의 귀여운 연기
 
 <폴리스 스토리>시리즈는 장만옥의 발랄한 연기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영화다.
ⓒ (주)동아수출공사
 
초창기 액션스타의 길을 걸었던 양자경과 달리 장만옥은 멜로영화 위주로 활동했고 2004년에는 <클린>을 통해 아시아 배우 최초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런 장만옥이 신인이던 1985년부터 출연했던 시리즈가 바로 진가구의 여자친구 아미 역을 맡은 <폴리스 스토리>다.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에서는 장만옥의 평소 우아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귀엽고 발랄한 연기를 실컷 감상할 수 있다.

초반 등장 후 배경이 중국 본토로 바뀌면서 한동안 등장이 뜸했던 아미는 영화 후반 배경이 말레이시아로 바뀌면서 다시 등장한다(영화 속 아미의 직업은 여행가이드다). 아미는 말레이시아에서 진가구를 발견하고 수상한 행동을 하는 진가구와 양과장의 사이를 의심한다.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장만옥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 양자경이 비밀 작전을 수행 중인 성룡을 사이에 두고 티격태격하는 연기가 상당히 유쾌하다.

젊은 시절엔 '인간와이어'로 불리던 홍콩의 액션배우 원화는 젊은 관객들에게는 주성치 주연의 <쿵푸허슬>에서 주인집 아저씨를 연기한 배우로 많이 알려져 있다. <폴리스 스토리 3>에서는 진가구와 양과장이 범죄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접근하는 조직의 중간보스 표강을 연기했다. 표강은 임복생으로 위장한 진가구의 빠른 행동과 뛰어난 무술실력에 감탄해 빨리 가까워지지만 배신한 부하를 가차 없이 사살할 정도로 잔인한 면도 가진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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