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대응' 안보리 제재 또 무산…北, '핵보유 정당성' 노린다

장희준 2023. 4. 1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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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또 다시 빈손으로 끝났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중·러의 비협조로 유엔 안보리가 추가 제재를 결의할 수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상하리 만큼 안보리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안보리가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인데도 꾸준히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핵 개발의 정당성을 피력하고, 국제사회에서 핵 보유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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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고체연료 ICBM 시험발사 문제 논의
北, '대응불가' 알면서 반발…"정당성 명분"
이달 중 정찰위성 발사 등 추가 도발 전망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또 다시 빈손으로 끝났다. 안보리의 무대응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핵 보유의 정당성을 피력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엔 안보리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개회의를 열고 북한의 ICBM 발사 문제를 논의했지만, 성과 없이 회의를 종료했다. 이번 회의는 북한이 지난 13일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을 처음 발사한 직후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의 요청에 따라 소집됐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가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상 핵국가인 동시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도 한 5개국이 더욱 특별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중·러는 북한을 비호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미국이 한반도 인근에 전략자산을 동원한 것이 북한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면서 북한의 도발을 미국 탓으로 돌렸다.

ICBM 발사는 원칙적으로 안보리 차원에서 새로운 '제재 결의'를 추진해야 한다. 통상 안보리 이사국들이 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그러나 상임이사국 중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해부터 노골적으로 비토권을 남발하면서 안보리 차원의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올 들어 북한의 ICBM 발사로 인해 안보리 회의가 세 차례 소집됐지만, 모두 빈손이었다.북한은 올해 2월부터 매월 ICBM을 시험발사 중이며 그 때마다 안보리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추가 제재 결의를 표결에 부치는 것은 물론, 그보다 수위를 낮춘 의장성명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유엔 엔보리가 소집될때마다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북한 군부 서열 2위로 꼽히는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입장문에서 "우리의 신형 전략무기 개발은 인민의 미래를 보위하기 위한 합법적인 자위력 강화 조치"라고 했다. 또 안보리를 겨냥 "로(노)골적인 무시와 명백한 내정간섭 행위"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이같은 반발은 국제사회에서 핵 보유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최근 전술 핵탄두를 전격 공개한 데 이어 핵 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각종 투발수단 및 신형 전략무기들을 과시하면서 자칭 '핵 보유국' 지위를 선전하고 있다. 여기에 일관되게 자신들의 도발을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중·러의 비협조로 유엔 안보리가 추가 제재를 결의할 수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상하리 만큼 안보리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안보리가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인데도 꾸준히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핵 개발의 정당성을 피력하고, 국제사회에서 핵 보유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13일 처음으로 고체연료를 사용한 ICBM '화성-18형'을 시험발사했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현지에서 발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적들을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북한은 이달 중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상태로, '화성-18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추가 발사를 비롯해 대남 핵 위협을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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