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치박' 가세, 페퍼저축은행의 '통 큰 투자'

양형석 2023. 4. 1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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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4명과의 FA 계약에 46억 원 투자, 박정아 3년 23억 2500만 원

[양형석 기자]

도로공사의 우승을 이끈 '클러치박'이 김천을 떠나 광주행을 결정했다.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구단은 17일 공식 SNS를 통해 이번 FA시장에서 4명의 선수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박정아가 연 평균 7억 7500만 원을 포함해 3년 총액 23억 2500만 원으로 '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과 1년 총액 기준으로 같은 대우를 받게 됐고 이한비가 3년 총액 10억 6000만 원, 오지영 리베로가 3년 총액 10억 원, 아웃사이드히터 채선아가 3년 총액 3억 원의 조건에 계약을 체결했다.

사실 이번 FA시장에서 페퍼저축은행의 과감한 투자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후 지난 두 시즌 동안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렸지만 두 시즌 연속 독보적인 최하위라는 실망스런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FA시장에서 50억 원에 가까운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전력을 대폭 끌어올린 페퍼저축은행은 단숨에 다음 시즌 V리그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게 됐다.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FA시장에서 4명과 계약하는데 총액 46억8500만원을 투자했다.
ⓒ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페퍼저축은행, 31경기 3승에서 36경기 5승으로

2021-2022 시즌 31경기에서 단 3승을 올리는 데 그친 페퍼저축은행은 2022-2023 시즌에도 36경기에서 5승에 머물렀다. 물론 페퍼저축은행의 5승은 김형실 감독의 중도사퇴와 1순위 신인 염어르헝의 부상, 외국인 선수 니아 리드의 시즌 후반 불명예 퇴출 등 여러 악재 속에서 달성한 의미 있는 성과였다. 실제로 페퍼저축은행은 5라운드에서 상위권의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차례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의 2022-2023 시즌 결과는 결코 만족하기 힘들다. 페퍼저축은행은 시즌이 개막하기 전 호기롭게 10승을 목표로 잡았지만 개막 후 17경기에서 승리는커녕 승점 1점 밖에 따내지 못했다. 그나마 시즌 5승 중 4승은 외국인 선수 니아 리드의 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정도로 국내 선수의 활약과 지원이 아쉬웠다. 5라운드에 현대건설과 도로공사에 뿌린 '후추가루'도 결과적으로 봄 배구 경쟁에 큰 영향을 주진 못했다.

페퍼저축은행은 2022-2023시즌을 앞두고 FA시장에서 이고은 세터를 영입했고 시즌 중에는 베테랑 리베로 오지영을 데려왔다. 실제로 이고은 세터는 시즌 내내 페퍼저축은행의 붙박이 세터로 활약하며 3368번의 세트를 시도해 세트당 10.06개의 토스를 성공시키며 분전했다. 세트당 3.26개의 디그를 기록했던 뛰어난 수비 역시 팀에 큰 도움이 됐지만 이고은 세터의 가세로 페퍼저축은행의 전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진 못했다.

오지영 리베로는 2022년 연말 2024-2025 시즌의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면서 영입한 선수다. 물론 오지영 리베로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디그 부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경험이 풍부하고 기량이 검증된 베테랑 리베로다. 하지만 아직 어떤 수준의 대형 유망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2년 후의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30대 중반의 베테랑 리베로를 영입한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배구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결과적으로 페퍼저축은행은 이고은과 오지영이 가세한 후에도 큰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페퍼저축은행 역시 여러 구단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즌이 끝난 후 김연경 영입전에 뛰어 들었지만 은퇴와 현역 연장 사이에서 고민하던 김연경은 흥국생명 잔류를 선택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곧바로 '플랜B'를 가동했고 'FA시장의 두 번째 대어' 박정아를 비롯해 4명의 선수와 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챔프전 반지 5개의 박정아 페퍼 입성
 
 박정아는 다음 시즌부터 도로공사가 아닌 페퍼저축은행의 클러치 타임을 책임질 예정이다.
ⓒ 한국배구연맹
 
만약 7개 구단 감독에게 김연경과 박정아 중 누구를 영입하겠냐고 물으면 아마 대부분의 감독들은 김연경을 선택할 것이다. 김연경은 박정아가 갖지 못한 뛰어난 수비와 안정된 서브리시브, 그리고 수많은 국제대회와 유럽무대를 거친 풍부한 경험을 두루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격력과 승부처의 집중력만 보면 현재 V리그에서 김연경에 비할 수 있는 유일한 공격수는 다름 아닌 박정아다.

실제로 박정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에서 3회, 도로공사에서 2회 챔프전 우승을 달성하며 임명옥(도로공사), 황연주(현대건설)와 함께 현역 선수 최다우승 타이기록을 가지고 있다. 물론 도로공사에서 서브리시브를 면제 받았던 박정아가 페퍼저축은행에서 리시브에 참여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박정아가 도로공사 시절처럼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다면 리그에서 그녀만큼 무서운 공격수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주장 이한비를 붙잡은 것도 페퍼저축은행에게는 아주 기쁜 소식이다. 2021-2022 시즌 31경기에서 30.13%의 성공률로 262득점을 기록했던 이한비는 2022-2023 시즌 36경기에서 34.4%의 성공률로 439득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29.35%에 불과했던 리시브 효율이 39.23%로 향상되며 자타가 공인하는 공수겸장 아웃사이드히터로 성장했다. 이한비는 다음 시즌 박정아와 페퍼저축은행의 토종 쌍포로 활약할 전망이다.

안정된 수비야말로 강 팀으로 가는 지름길인 만큼 오지영 리베로와 재계약하고 수비가 좋은 아웃사이드히터 채선아를 영입한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검증된 수비는 물론이고 코트 안에서 젊은 선수들을 다독이는 리더십까지 갖춘 오지영은 맏언니로서 페퍼저축은행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리베로 역할까지 소화할 수 있는 채선아 역시 페퍼저축은행의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데 작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FA계약을 통해 전력을 끌어 올리는 데 성공한 페퍼저축은행의 남은 과제는 오는 5월13일로 예정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다. 올해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2019년 이후 4년 만에 대면으로 열릴 예정이다. 이번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기량이 뛰어나고 페퍼저축은행의 팀 색깔에 어울리는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페퍼저축은행에 부임한 아헨 킴 신임 감독에게 주어진 첫 번째 숙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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