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S 0.9 찍고도 "아쉽다"는 SSG 추신수

김효경 2023. 4. 1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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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대구 삼성전에서 홈런을 때려내는 추신수. 뉴스1

타율은 2할 대 초반, 하지만 OPS(장타율+출루율)는 9할대다. 감독과 코치는 엄지를 치켜세우는데, 본인은 "아쉽다"고 한다. SSG 랜더스 외야수 추신수(42) 이야기다.

추신수는 개막 이후 팀이 치른 12경기 중 11경기에 출전해 안타 8개를 쳤다. 타율 0.222. 17일 기준 규정타석을 채운 67명의 타자 중 56번째다. 겉보기로는 '평균 이하' 타자다.

하지만 추신수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강타자'다. 홈런 3개(공동 2위)를 때려냈고, 볼넷도 11개(공동 2위)를 얻어냈다. 장타율(0.472)과 출루율(0.429) 모두 4할대다. wRC+(조정 득점 창출)은 166.1이다. 리그 평균 타자보다 타격으로 66% 더 득점을 만들어냈다는 의미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베이스볼투아이 기준)도 박성한에 이은 팀내 2위다.

김원형 SSG 감독은 "본인이야 (낮은 타율이)아쉽겠지만, 극단적으로 볼넷 150개를 얻는다고 생각하면 아주 좋지 않느냐"라고 했다. 1번 타자로서 꾸준히 기회를 만들어내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진영 타격 코치는 "상대 팀에서 추신수에게 쉬운 공을 주지 않고, 어렵게 승부한다. 추신수가 중심타선 앞에서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니까 훌륭하다"고 했다.

추신수는 "많이 아쉽다"면서도 "사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타율(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았다. 수비 시프트가 많아지면서 1, 2루간 땅볼안타가 줄었다. 출루율을 중시하는 흐름이 강해졌고, 안타든 볼넷이든 나가는 게 좋다. 사실 볼넷을 고르려고 고르는 건 아니지만, 출루는 똑같다는 생각으로 야구를 한다"고 했다.

추신수는 대표적인 '슬로 스타터'다. 시즌 초반 타격감이 떨어져도, 꾸준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유형이다. 추신수는 "아직 시즌 초반이니까(괜찮다). 지금보다 더 안 좋았을 때도 많았다. 2015년엔 1할을 못 친 적도 있다"고 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뛴 2015시즌, 추신수는 4월까지 타율 0.096을 기록했다. 홈런은 1개였다. 전반기를 마칠 때까지 타율은 0.221에 그쳤다. 하지만 '아메리칸리그 9월의 타자' 상을 받는 등 후반기 맹타를 휘둘러 타율 0.276, 22홈런 82타점 OPS 0.838로 시즌을 마쳤다.

추신수는 "그런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더 안 좋은 상황도 있었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야구는 내일이 있으니까 빨리 잊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안 좋을 때 운동을 더 해봤지만 그래봐야 몸이 받아들이지 않더라. 일종의 노하우가 생겼다"고 했다.

더 빨라진 것도 있다. '홈런 시계'다. 지난해 추신수는 4월 18경기에서 홈런 1개를 쳤고, 갈수록 장타를 늘려 16개로 마무리했다. 올해는 11경기 만에 3개를 쳤다. 한국 복귀 첫 시즌인 2021년 기록한 21홈런을 충분히 넘어설 기세다.

시즌 초반 순항중인 SSG. 왼쪽 가슴엔 챔피언 로고가 박혀 있다. 뉴스1

지난해 SSG의 전력은 3, 4위권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는 '와이어 투 와이어'를 달성했다.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나온 김강민의 끝내기 홈런처럼 접전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올해도 비슷하다. 우승후보로 꼽히진 않았지만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8승 중 4승이 역전승이고, 7승이 3점 차 이내 승리다.

추신수는 "우리는 이길 줄 안다. 지고 있어도 이길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 지는 팀들은 승리를 바란다. 우리는 승리한다는 생각이다. '잘 할거야'보다는 '잘 한다'가 더 강한 메시지다. 한 글자 차이지만, 느낌이 다르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이어진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지고 있어도 끝날 때까지 진 게 아니라는 분위기가 있다. 서로를 믿고, 끈끈해진 것 같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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