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100m... 5월엔 소가 밭 가는 장면도 볼 수 있다

화전민의 혼이 서려 있는 땅 강릉시 왕산면 암반데기 고랭지 밭

[진재중 기자]

굽이 굽이 돌고 돌아 울창한 숲을 지나 산정상에 오르면 예상 외의 광경이 펼쳐진다. 구름은 산 아래에 걸쳐 있고 3,250(65만평)마지기의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암반데기다. 안반데기는 떡매를 치는 안반같은 땅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안반덕의 강릉 방언이기도 하며 안반덕이라고도 불린다.
  

▲ 구름이 머문땅 암반덕 앞으로 구름이 머물러 있다( 2023.4.15) 드론촬영 ⓒ 진재중

암반데기는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 있다. 안반데기의 행정지명인 대기리는 큰 터가 자리하고 있어 한터, 대기라 칭한다. 대기리에서 차로 10여 분 오르면 1100m정상에 도착한다.

고랭지 채소 밭으로는 국내 최대다. 한국전쟁 후 미국의 원조양곡을 지원받아 개간이 시작되어 1965년을 전후한 시기에 마을이 개척되었다. 개간 전에는 6개 농가 정도가 농사를 지었다. 1995년 개간이 합법화 되면서  화전민이 들어와 65만평을 농지로 개간하였다. 현재 30여 농가가 대부분 고랭지 농사를 짓고 있다.
   

▲ 암반데기(65만평) 그루터기와 암반덕이 한눈에 들어온다(2023.4.15) ⓒ 진재중

암반데기는 그루터기와 암반덕으로 나누어져 있다. 동해바다에서 보았을 때 동쪽이 그루터기고 서쪽 방향이 암반덕이다. 암반덕은 급경사 지역이 많고 그루터기는 암반덕 비해서 경사가 급하지 않고 잘 정리된 모습을 보여준다.
    

▲ 그루터기 강릉방향에서 볼때 우측밭(2023.4.15) ⓒ 진재중

    

▲ 암반덕 강릉방향에서 볼때 좌측밭(2023.4.15) ⓒ 진재중

암반데기는 동쪽과 서쪽이 명확히 구분된다. 동쪽은 동해바다와 강릉이 보이고 밭을 개간한 경작지가 보인다. 서쪽은 잘 우거진 숲과 도암댐이 보인다. 화전을 할 때 서쪽보다는 동쪽이 경사가 급하지 않고 바람의 영향을 덜 받아서 밭을 개간한 게 아닌가 싶다. 산 정상을 경계로 풍차가 일렬로 서 있다. 바람이 잘 부는 대관령 바람을 이용한 것이다. 

▲ 동서로 분리된 땅 서쪽은 산림, 동쪽은 개간한 밭(2023.4.15) 드론촬영 ⓒ 진재중

 

▲ 서쪽으로 본 암반덕 서쪽으로 바라보면 도암댐과 용평리조트가 보인다(2023.4.15) ⓒ 진재중

대한민국에서 가장 고지대에 위치한 고랭지 배추밭, 처음에는 구황작물을 심어 생활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고, 1995년부터는 전국 최고의 고랭지 채소 산지가 되었다. 산정상의 평야지대와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풍경이 이채롭다. 65만평 중 11만평은 풍력단지가 매입 풍력발전을 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생의 현장이기도 하다.   

▲ 농가와 밭 아찔할 정도의 급경사에서 농사를 짓는다(2023.4.15) ⓒ 진재중

'고랭지 채소를 어떻게 경작할까' 싶은 급경사 지대가 아직은 많다. 40~50도의 경사진 밭을 갈고 배추를 심고 수확을 한다. 서울에서 동해바다를 보러왔다가 암반덕을 들렸다는 서치원(71) 부부는 "인간의 힘이 이렇게 위대한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경사진 곳을 개간하는 것도 그렇지만 이렇게 척박한 땅에서 흙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농부의 힘이 대단합니다. 배춧값 비싸다 했는데 그렇지가 않음을 알고 갑니다" 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 관광객 부부가 산정상에 개간된 밭을 바라보고 있다(2023.4.15) 드론촬영 ⓒ 진재중

농사가 좋아서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는 이 동네 주민 김아무개(71)는 "요즘 관광객이 부쩍 늘었습니다. 별 보러, 배추밭 촬영하러... 때로는 농사에 방해가 되고 귀찮기도 하지만 그분들이 우리 배추를 팔아준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대합니다"라고 미소지었다.

5월 말이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풍력발전소와 가장 원시적인 소밭갈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장소다.     

▲ 풍차와 밭 풍력발전을 위한 풍차와 밭이 어우러져 있다(2023.4.150드론촬영 ⓒ 진재중

  

▲ 급경사 지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밭(2023.4.150 드론촬영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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