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톱3 회장님 명함의 비밀
처음 보는 사람끼리 보통 가로 85mm 세로 54mm의 종이를 주고 받는다. 바로 명함이다. 국내 최대 기업집단 대표들도 처음 만난 사람에게 명함을 내민다. 그 명함엔 이름과 직함, 직장 전화 번호만 있고 개인 휴대전화 번호는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대기업 대표나 장관 등 고위 공무원들 명함에서도 휴대전화 번호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직장 정보는 공개하지만 개인 정보는 보호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로 '얼굴이 명함'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그에게도 실제로 사용하는 회사 명함이 존재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말 삼성전자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후 새 명함을 팠다. 앞면에는 '李在鎔 會長(이재용 회장)' 한자 이름과 직함을 적었다. 삼성전자 주식회사의 '회장'임을 단번에 알 수 있는 군더더기 없는 명함이다. 명함에 기재된 근무지 주소는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삼성 사옥이다. 이 회장의 집무실은 41층이지만 명함에 근무지 세부 층수와 휴대전화 번호는 적지 않았다. 대신 비서가 전화를 받는 비서실 번호와 영어 이름으로 만든 삼성 계정 이메일 주소를 담았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대기업 회장, 대표 명함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휴대전화 번호가 사라졌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단지 뿌리듯 전달되는 명함에 개인정보를 드러내기 싫은 속내가 반영됐다.
이 회장의 새 명함은 작년까지 사용했던 부회장 시절의 것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기존 명함에 있던 SAMSUNG 글자를 둘러싼 파란색 타원 모양의 마크가 없다. 이 오벌(타원형) 마크는 1993년부터 도입한 삼성의 상징이었지만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전 계열사로 오벌마크 지우기가 확산됐다. 삼성전자 제품에 각인된 로고와 동일한 것으로 브랜드 통일성을 강조하고 시각적으로 더 젊고 유연한 삼성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기존 명함에는 '李在鎔' 한자 이름 옆에는 'Jay Y. Lee' 영어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새 명함에는 영어 표기를 뒤로 넘겨 깔끔함을 더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은 미들네임을 쓰지 않지만 유학파인 이 회장은 Y 뒤에 마침표를 찍어 미들네임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이 회장을 부를때 '제이(Jay)'라고만 한다. 삼성전자가 수평 호칭을 확대하면서 이 회장을 '제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 주요 인사를 접견할 때 이 회장 다음 자리에 앉는 서열 2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공식적으로 쓰는 명함이 두 개다. 하나는 '최태원 회장/대표이사'로 적는 SK주식회사 명함과 그냥 '최태원 회장'이라고 적는 대한상공회의소 명함이다. 물론 여기에도 회장님의 휴대전화 번호는 없다.
최 회장의 이메일 주소에는 그의 이름과 소속이 잘 드러난다. SK 명함에 있는 이메일 주소 'sktc'는 그의 왕국인 SK와 그의 이름 앞글자를 따서 만들어졌다. 영어이름(토니 최)과 한글 이름의 영어식 표현(태원 최) 모두 ‘tc’로 가능하다. SK텔레콤이 SK의 간판얼굴이던 시절에는 'SK텔레콤(SKT)+최(C)'로 이해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명함에도 이름인 'taewon.chey'를 이메일주소로 쓴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한국인들이 성씨인 '최'를 표기하는 'Choi' 대신 'Chey'로 표기했다는 점이다. 사실 성씨를 'Chey'로 표기하는 것은 최종현 SK 선대회장부터 내려온 일종의 집안 규칙이다. 최 선대 회장은 영어 성 표기를 'Choi'가 아니라 'Chey'라고 썼다. 그는 유학에 앞서 수원 미군부대에서 영어를 익힐 겸 통역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시 한 미군 대위에게 "어떤 철자를 써야 '최'에 가장 가까운 발음이 되느냐'라고 물었고, 그렇게 얻은 결론은 'Chey'였다. 작은 것 하나도 그냥 넘기는 법이 없던 최 선대회장이 고심해 만든 영어 성 표기를 아들도 그대로 물려받은 셈이다.
최 회장 옆 자리에 앉는 재계 서열 3위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 명함에는 중국 시장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파란색의 'HYUNDAI MOTOR GROUP' 로고가 있는 정 회장 명함에는 이름과 직함 옆에 한자가 아닌 중국인들이 읽을 수 있는 간체자 표기가 있다. 현대자동차 사명과 서초구에 있는 회사 주소 역시 중국어 간체자로 표기했다. 중국은 현대차에 있어 '애증'의 시장으로 통한다. 2016년만 해도 중국에서 114만대 판매로 점유율 7.35%까지 올라갔지만 지난해 판매량은 38만대로 급감하며 점유율이 1%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포기할 수도 없는 중요한 시장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특히 현대차가 공략하고 있는 전기차 성장률 전망치가 30%에 달한다. 정 회장이 중국어가 적힌 이 명함을 꺼내들 일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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