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민원法 벌써 100건"…내년 총선 앞둔 '입법 전쟁'

박준이 2023. 4. 18.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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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표심' 챙기기 입법 쏟아져
예타 완화법 처리되면 민원사업 남발 우려

내년도 국회의원 총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에서 지역 표심을 챙기기 위한 '입법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구 의원은 물론, 비례대표 의원들도 출마를 저울질하는 지역의 민원성 법안을 쏟아내면서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경기 포천시·가평군)은 지난 13일 정부 직할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설치하는 내용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체 인구 중 약 26%가 경기도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어 분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성남)이 발의한 '학교용지법' 개정안은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인근 노후학교 시설을 증축하거나 개축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담겼다. 윤 의원은 지역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를 직접 방문한 후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특별법'과 '광주군공항 이전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두 법안 모두 지역의 숙원사업으로, 오랜시간 논의가 지지부진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급물살을 탔다.

지역특화산업 지원 법안도 봇물을 이뤘다. 임호선 민주당 의원(충북 증평·진천·음성)이 지난 11일 발의한 '꿀벌보전시설 설치법'이나 주철현 민주당 의원(전남 여수)이 지난달 27일 발의한 '김치산업진흥원설립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3일 국회 문턱을 넘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역시 농가를 겨냥한 법안이다.

특히 24년만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기준을 완화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지난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를 통과하면서 선심성 민원 사업이 남발할 수 있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당 법안은 사회기반시설(SOC)과 국가연구개발(R&D)의 경우 예타 면제 기준이 현재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국비는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으로, 전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는 잠정 연기됐지만, 국회를 통과할 경우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의원실마다 "총선 법안 준비하라"

국회 보좌진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총선용 입법'을 주문하는 지시가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 소속 A보좌관은 "각 의원실마다 슬슬 총선용 입법들을 준비하고 있다"며 "법안의 실제 통과보다는 발의 자체를 의의에 두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의원실의 B보좌관도 "이미 임기 초반부터 수십건의 지역 현안 법안들을 내왔다"고 밝혔다. 또 다른 C보좌관은 "지역 현안과 관련해 100여건이 넘는 법안을 발의했다"며 "(의원으로부터)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지역과 관련된 법안을 내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일부 법안의 양의 중시하는 의원들이 설익은 지역구 민원 법안을 쏟아내면서 국회 법제실의 승인조차 못받는 법안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C보좌관은 "보통 법제실에 법률안을 의뢰하는데 말도 안되는 법안들은 내부 결재가 안되기 때문에 메일로 반려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21대 국회 들어 발의된 법률안 20777개 중 처리된 법률안은 6211개로, 29.8%에 불과하다. 70%에 달하는 법률안이 계류됐다.

기재부 "재정적자 이미 30조원 돌파…연말 예산전쟁 벌써 우려"

정부 재정 여력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기재부 재정 동향에 따르면 2월 기준 정부가 거둬들인 총 세수는 90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조1000억원 줄었다. 재정적자는 이미 30조9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2월보다 10조9000억원 크고, 올해 예상 적자 규모 58조원을 상회하는 수치다. 세수 부족 우려마저 나오고 있지만, 기재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여야 주요 정책이 내년도 예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지난해처럼 예산안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때도 정부는 이재명 당대표의 핵심정책으로 꼽히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민주당과 부딪혔다. 전액 원상복구를 주장한 야당과 정부가 대립하면서 예산안은 법정시한을 3주나 넘긴 뒤에야 처리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여러 이슈가 많았지만 예산안 처리가 비교적 잘 이뤄졌던 건 집권여당이 다수당이었기 때문”이라면서 “여소야대 국면인데다 총선을 앞두고 진행하는 예산안 편성이라 아무래도 다른 때보다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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