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세 종목이 끌어올린 코스닥…‘경기·금리·공매도’가 변수
경기 침체, 고금리 유지 등 지수에 영향
공매도 대기자금 80조원 '시한폭탄' 우려
올 들어 30% 이상 급등하며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코스닥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 등 단 세 종목이 전체 상승률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쏠림현상도 심하다. 다른 종목의 뒷받침이 없으면 이들이 무너질 경우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여기에 경기 침체, 고금리 유지, 급격히 불어난 공매도 거래대금 등도 코스닥 시장을 위협하는 주요 변수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4개월째 오르면서 900선 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 수준이다. 전날에도 909.47포인트로 마감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소재주 강세가 이어지면서 매수세가 계속 유입돼 코스닥이 강세를 보였다"면서도 "다만 수급 쏠림이 심하고 과도한 밸류에이션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코스닥의 900선 탈환과 유지는 소수 종목의 편중에 힘입은 것으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 코스닥 상승의 34%가량은 단 세 종목의 기여라는 분석까지 등장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 등 세 종목이 코스닥 상승률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등 코스닥의 화려한 질주 이면에는 일부 종목의 쏠림현상이라는 그림자가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코스닥 상승 기여율은 각각 에코프로비엠 16.9%, 에코프로 13.1%, 엘앤에프 4.1% 순이다. 허재환 연구원은 "이들 종목의 위력은 이들을 뺀 시가총액을 비교해 보면 더 뚜렷한데, 최근 코스닥 시가총액은 425조원가량으로 지난해 1월 수준에 접근했지만 상승률 기여도가 높은 5개 종목(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엘앤에프·레인보우로보틱스·에코프로에이치엔)을 제외하면 지난해 6월 수준과 별 차이가 없다"라고 분석했다.
허 연구원은 "코스닥 소수 종목의 쏠림현상은 경기와 금리 인상 사이클 후반부에 부동자금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면서 "실질금리가 상승할 때 쏠림현상도 반전될 가능성이 큰데, 물가 둔화가 실질금리를 끌어올릴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스닥의 쏠림 현상은 결국 경기가 좋아져서 다른 산업 기업으로 주가 상승세가 확산하든지, 아니면 가격 부담과 실질금리 상승으로 주가가 재차 급락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힘겹게 돌파한 900선이 다시 붕괴하면서 800대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어닝시즌이 본격 개막하면서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경기 침체 전망 탓에 기업 이익 하락 우려가 큰 가운데, 추가 금리 인상이나 고금리 유지 가능성 등은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공매도도 코스닥을 짓누르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최근 공매도 대기자금 성격으로 분류되는 대차거래 잔고 규모가 8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집계 가능한 가장 최신일(14일) 기준 대차거래 잔고 금액은 80조8434억원으로 나타났다. 대차거래 잔고 금액은 지난 10일 80조원을 넘어선 후 5거래일 연속 80조원을 웃돌고 있다. 80조원을 넘어선 건 2021년 11월16일(80조2430억원)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대차거래란 차입자가 대여자에게 유가증권을 유상으로 빌린 후 계약기간이 끝나면 빌린 종목과 수량을 그대로 상환하는 것을 뜻한다. 대차거래 잔고는 주식을 빌리고 아직 갚지 않은 수량이다. ?국내에서는 무차입 공매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공매도를 하려면 대차거래를 해야 한다. 대차거래 잔고 규모로 공매도 수요 규모를 가늠하는 이유다. 최근 들어 공매도 거래는 크게 늘었다. 코스닥시장의 월별 평균 공매도 거래 규모는 지난 1월 834억7000만원에서 이달 3768억7000만원으로 폭증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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