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강원 북부와 남해안 지난 50년 사이 여름철 극한 강수 급증

강찬수 2023. 4.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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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에서 폭우로 인해 도로 일부가 물에 잠겨 있는 모습. [중앙포토]

한반도에서 지난 50년 동안 여름철에 극한적인 강수 현상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이 증가하는 등 극한 강수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여름철 전체 강수량도 소폭 증가했다.

부산대 대기과학과 하경자 교수팀은 1973~2022년 사이 50년 동안 한반도의 여름철 강수 패턴을 분석한 논문을 최근 '아시아·태평양 대기과학 저널(Asia-Pacific Journal of Atmospheric Sciences)'에 발표했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 평균 7㎜ 증가


50년 동안 일평균 강수량(검은색)과 시간당 최대강수량(붉은색)의 변화와 그 추세. 일평균 강수량은 큰 변화가 없지만(검은색 점선),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붉은색 점선). 막대 그래프는 상위 1%(파란색)과 상위 5%(하늘색)의 강수량을 보인 날의 빈도. [자료: Asia-Pacific Journal of Atmospheric Sciences, 2023]
국내에서는 1973년에 체계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됐으며, 연구팀은 전국 60개 지점을 골라 6~8월 측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극한 강수 현상을 나타내는 지표를 산출했다.

분석 결과, 6~8월 비가 1㎜ 이상 내린 날의 일(日)평균 강수량은 7.63㎜(60개 관측소, 50년간 전체 평균)였다.
50년 사이 0.65㎜가 늘어났지만, 통계적으로 의미는 없었다.

다만 중부 북부지역과 부산·거제 등 일부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12개 관측소(20%)에서는 50년 사이 일평균 강수량이 1.5㎜ 이상 뚜렷이 증가했다.

관측소별 변화. 왼쪽은 시간 최대 강수량의 변화, 오른쪽은 상위 1% 강수량의 변화. 중부 북부와 남해안에서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자료: Asia-Pacific Journal of Atmospheric Sciences, 2023]

이에 비해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50년 동안 7㎜가 증가해 증가 추세가 뚜렷했다.

관측소의 83.3%에서 증가 추세를 보였고, 남해안과 중부 북부, 임실·구미 등 12곳에서는 증가 폭이 컸다.


극한 강우 강도·빈도 빠르게 늘어


시기에 따른 강우 패턴 변화. 지난 50년 기간을 초기 20년(1973~1992년, P1)과 후기 20년(2003~2022년, P2)으로 나눠 비교하고, P2 때의 각 지표가 P1 때보다 어느 정도 증가했는지를 나타낸 그림이다. 왼쪽부터 여름철 일평균 강수량, 시간 최대 강수량, 상위 5% 강수량, 상위 1% 강수량, 상위 5% 강수가 나타난 날 수, 상위 1% 강수가 나타난 날 수. [자료: Asia-Pacific Journal of Atmospheric Sciences, 2023]
일강수량이 상위 1%에 해당하는 경우만 따로 분석했을 때는 지난 50년 동안 평균 37㎜가 증가했다.

상위 1%에 해당하는 일강수량 평균은 46개 관측소(76.7%)에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인천·인제·울릉도에서는 상당한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일강수량이 상위 1%에 해당하는 날의 발생 빈도는 지난 50년 동안 평균 0.2일 증가했다.
45개 관측소(75%)에서 증가했고, 중부 북부와 남해안 등 6개 관측소에서 뚜렷이 증가했다.

연구팀은 50년 기간을 초기 20년(1973~1992년, 이하 P1)과 후기 20년(2003~2022년, 이하 P2)으로 나눠 비교했다.여름철 6~8월 전체 일평균 강수량은 P1 때 7.24㎜에서 P2 때 7.72㎜로 6.71% 증가했다.

P2의 시간당 최대강수량은 P1보다 평균 12.28%, 상위 1%에 해당하는 경우의 강수량은 P1보다 평균 43.23% 늘었다.

연구팀은 "최근 극한 강우의 강도와 빈도가 늘어나면서 여름철 총 강수량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극한 강수 현상 7월 집중 경향


지난해 폭우 때 인천 미추홀구 제일시장 주변 도로가 물에 잠겼다. [중앙포토]
2003~2022년에 나타나는 여름철 강우 집중 시기. 각 지도 위에 표시된 날짜를 보면, 6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해 7월 말까지 많은 비가 내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료: Asia-Pacific Journal of Atmospheric Sciences, 2023]
여름철 내에서도 강우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월별 일평균 강수량의 변화를 보면, 7월은 P1 기간의 8.63㎜에서 P2 기간의 9.92㎜로 14.9% 늘었다.
8월은 P1 때 7.58㎜에서 P2 때 8.46㎜로 11.6% 증가했다.

6월의 경우는 P1의 일평균 강수량이 5.44㎜였는데, P2에서는 4.68㎜로 오히려 14% 줄었다.

이에 따라 극한 강수는 7월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상위 1%의 폭우가 7월에 내리는 경우 P1 때에는 39.31%였는데, P2 때에는 54.41%로 비중이 커졌다.

6월은 244.37%에서 15.27%로, 8월은 36.32%에서 39.32%로 상위 1% 폭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

동아시아 전체로 봤을 때도 초여름에는 강우 강도가 강해지고 7월 중순 이후에는 약화하고 있다.

6월 초순~중순에 강수 핵(precipitation core)이 북위 30도 부근에서 발생, 점차 북상해 한반도에 많은 비를 뿌렸다.
이 강수 핵은 7월 중순부터 8월 초 사이에 약화하고, 8월 중순에는 북위 30도 부근에서 다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동아시아에서는 여름철 강수가 강해졌지만, 비 내리는 시기는 과거보다 짧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하 교수는 "한반도 여름철 강수량이 최근 20년 동안 빠르게 늘고 있고, 도시화한 지역에서 극한 강수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면서 "지난해 8월 수도권 폭우가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여름 서울에서는 시간당 141.5㎜, 하루 381.5㎜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하 교수는 "극한 강우 현상이 미래에 더 자주 그리고 더 큰 강도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급격하고 극심한 강우에 주의를 기울이고 잘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21일 한국기상학회 학술대회


한국기상학회장인 부산대학교 하경자 교수가 지난해 10월 2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상학회 특별분과 행사에서 주제발표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 제공]
한편, 하 교수가 회장을 맡은 한국기상학회는 18~21일 부산 벡스코에서 '기상학회 60주년 기념 및 2023년 봄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국내 외 기상 전문가 약 800명이 참석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서울대 허창회 교수의 '인공지능을 이용한 우리나라 PM2.5(초미세먼지) 예측 모델의 개발' 등 총 466편 (구두 발표 232편, 포스터 발표 233편)의 최신 연구 결과가 발표된다.

미국 하와이대학 페이-페이 진 교수의 '지구온난화와 엘니뇨-남방진동'에 관한 초청 강연도 열린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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