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 103조원 떼일 판…시진핑 일대일로, 中경제까지 타격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과정에서 개발도상국들에 내 준 빚 중 회수가 어려운 악성대출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대일로로 인해 많은 개발도상국이 부도 위기에 처했다는 ‘부채의 덫(Debt Trap)’ 비판을 의식한 중국 정부가 빚 회수에 소극적으로 임하며 나타난 현상이지만, 악성대출 급증은 중국 은행의 재정 악화 등 중국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컨설팅회사 로디움그룹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일대일로 프로젝트 과정에서 중국이 세계 각국에 도로·철도·항만·공항 및 기타 기초 사회기반시설(인프라) 건설을 위해 제공한 부채 중 785억달러(약 103조원)가 탕감되거나 재협상을 통해 상환 기간을 연장했다. 이는 지난 2017부터 2019년 말까지 3년 동안 탕감·재협상이 이뤄진 부채(약 170억 달러)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대규모 인프라를 짓거나 자본을 투자해 경제·외교 관계를 강화해 온 정책이다. 육상 실크로드(중앙아시아~유럽)와 해상 실크로드(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유럽~남미)를 건설해 해당 국가들과 중국과의 경제 공동체를 표방해 왔다.
지난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시로 시작돼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은 일대일로에 중국은 약 1조 달러를 쏟아부었다. 중국 푸단대 녹색금융개발센터의 ‘2022 일대일로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에 투입한 금액은 총 9620억 달러(약 1240조 원)다. 다만 공짜는 아니다. 중국은 일대일로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에 대규모 융자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인프라를 짓고 자본을 투자했다.
OECD “117개국, 일대일로로 경제 위기”
이에 중국도 최근 들어 개발도상국 부채 해결에 역할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WB 춘계총회에서 논의된 잠비아와 가나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가채무 재조정에 동참 의사를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동안 서방의 요구에도 개발도상국 부채 해결에 의지가 없었던 중국 정부가 입장 변화를 시사한 것”이라며 “중국이 부채 탕감에 나설 경우 개도국 부채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IMF만큼 구제금융해 달러 패권 도전
중국의 긴급 구제금융 대출은 2010년만 해도 제공액이 전혀 없었지만, 2021년 한해에만 405억달러로 같은해 IMF의 구제금융 대출(686억달러) 규모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NYT는 “구제금융과 일대일로 등을 통해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 됐다”며 “중국은 구제금융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자신들을 미국과 IMF를 대체하는 ‘최후의 대부자’로 각인시키고 위안화 대출로 달러 패권을 제한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개도국 빚더미, 중국 경제에 큰 걸림돌
늘어나는 개발도상국 빚은 중국 경제에도 부담이다. FT는 “악성대출 급증은 중국은행의 재정에 타격을 주며 중국 금융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NYT는 “중국은 여전히 부동산 부실대출 등으로 인한 국내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개발도상국의 부채 탕감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블랙핑크 로제, 16살 연상 강동원과 열애설…이에 YG가 낸 입장 | 중앙일보
- "서울 이만한 9억 이하 없다"…'영끌 성지' 된 상계주공 | 중앙일보
- 예산시장 30억 썼다는 백종원...."작작하라"며 분노 폭발, 왜 | 중앙일보
- "재혼해도 이건 버리기 힘들어요"…남성 '가족사진' 여성은? | 중앙일보
- 여친 수면제 먹여 초대남과 성폭행, 몰카도 170개 퍼뜨린 23세 | 중앙일보
- "선생님 옆 못 오게 막았다"던 그녀…'JMS 2인자' 등 2명 구속 | 중앙일보
- [단독] 육군호텔 이름 뭐길래…"한국·호주 FTA냐" 조롱 쏟아졌다 | 중앙일보
- "관리해야지" 요즘 한강변 편의점…라면보다 잘 팔린 이 상품 | 중앙일보
- [단독] "대전 사업가 통해 돈 조달" 강래구, 돈봉투 일부 인정 | 중앙일보
- "산 채로 먹혔다"…미 감방서 숨진 30대 몸엔 '물린 흔적'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