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차별 빌미 없애자"…김건희·이재명도 한목소리 낸 법안
수년 동안 되풀이되고 있는 ‘개고기 식용금지’ 논란이 이번엔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물론, 169석 거대 야당의 정책위의장도 ‘개고기 금지’를 공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김 여사는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 “개 식용을 정부 임기 내에 종식하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지난해 6월 언론 인터뷰에서도 “경제 규모가 있는 나라 중 개를 먹는 곳은 우리와 중국뿐”이라며 “개 식용 종식은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발언 이틀 뒤인 14일, 국민의힘 최고위원인 태영호·조수진 의원은 각각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태 의원 법안은 개나 고양이를 식용으로 사육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조 의원도 동물을 죽이는 학대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 여사 말 한마디에 따라 여당 의원들이 법을 척척 내는 행태”(고민정 최고위원)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사실 ‘개고기 금지’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강조해 온 내용이다. 이 대표는 대선 경선 중이던 2021년 8월 경기 고양 동물보호센터 인근에서 동물복지정책을 발표하며 “개 식용 판매 금지 문제는 쉽지 않지만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 모란시장 ‘개 판매장’ 철거 경험을 언급하며 “5년 동안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해 없애긴 했는데 쉽지 않았다”라고도 말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 역시 김 여사의 발언 다음날(1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을 약속했다. 그는 “반려동물 시대, 한류 시대이고, 손흥민 선수에 대한 차별과 야유의 소재가 됐던 빌미도 근절해야 한다”며 “특별법을 발의하면 정부·여당, 특히 대통령실도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개 식용 금지’는 40년도 넘은 묵은 논란거리다. 법령 간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인 식품위생법은 소·돼지 등 식품 원료로 쓸 수 있는 13개 품목에 개를 제외했다. 반면,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인 축산법은 개를 가축에 포함했고, 축산물을 ‘가축에서 생산된 고기 등’으로 규정했다.
특히 축산물가공처리법(현재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이 바뀌면서 혼란이 커졌다. 한때 시행규칙에 개가 사슴과 함께 도살이 가능한 수축(獸畜)의 한 종류로 규정됐는데, 이 조항이 1978년 개정 때 사라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어떤 이유로 바꿨는지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여전히 ‘보신탕’이나 ‘사철탕’ 같은 이름으로 개고기 식당이 남아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법리적으로만 따지면 식품위생법을 근거로 영업정지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식약처는 실제 단속하지 않는다. 식중독이 발생할 때나 예외적으로 행정처분을 내릴 뿐이다.
국회는 오래전부터 애매한 법체계 문제를 알고 있었다. 2011년 국정감사에서 주승용 당시 민주당 의원은 “도축 단계까지는 농식품부가, 도축 이후에는 식약처가 담당하고 있어 개고기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10년 넘도록 입법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육견협회는 관련 법이 제출될 때마다 생계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국회 관계자는 “이렇게 민감한 문제는 전국 선거를 앞두고선 흐지부지되기 쉽다”며 “오히려 총선 직후가 논의의 ‘골든타임’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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