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북 국·공립대 3곳 통합 추진…‘1도 1국립대’ 속도 붙나

최민지 2023. 4.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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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1일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학교에서 열린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에 앞서 금오공대 공동실험실습관 스마트팩토리 테스트베드를 시찰하고 있다. 뉴스1

경북 4년제 국립대인 안동대, 금오공대와 공립 전문대인 경북도립대가 통합을 추진한다.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정부가 대학 통폐합을 유도하는 가운데, 지방 국립대부터 통합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시도마다 국립대 1곳이면 충분하다는 ‘1도 1국립대’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경북 유일한 4년제 국립대 만든다…“지역 특화 종합대”


17일 안동대·금오공대·경북도립대 관계자는 “경북 지역 3개 국·공립대가 ‘1도 1국립대’ 모델을 목표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합 추진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수 개월 간 안동대와 경북도립대가 통합을 논의해왔고 최근 금오공대도 참여를 제안 받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3개 대학이 하나로 합쳐지면 경상북도 유일한 국립대가 된다.
경북 3개 대학

경북 내 대학의 통합 얘기가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 2001년에는 대구에 있는 경북대, 대구교대와 경북의 금오공대, 상주대(폐교), 안동대 등 5개 국립대를 통합하자는 ‘대구·경북지역 국립대학교(TKNU)’체제 구축 논의가 있었지만 구성원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학령인구 급감으로 지방대 위기가 현실화되자 다시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인문·사회계열이 강한 안동대, 자동차학과 등이 유명한 경북도립대, 구미 산업단지와 가까운 금오공대가 합쳐지면 지역 특화된 국립대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 재편 움직임 활발…촉매는 글로컬 사업


교육부도 파격적인 예산 지원을 내걸고 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 교육부는 ‘글로컬 대학’ 사업을 통해 5년간 지방대 30곳을 선정해 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대학 한 곳 당 1000억원을 준다. 될성부른 지방대를 선택해 집중 투자한다는 취지다. 교육부가 요구하는 대학 혁신 사례를 보면 대규모 구조개혁 및 정원 조정, 대학 간 통합 및 학문 융합 등이 포함돼있다.

통합을 논의하는 대학은 주로 국립대다. 법인 재산 귀속 문제가 얽힌 사립대보다는 구조조정이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강원대는 강릉원주대와 지난해부터 통합 논의를 하고 있다. 충남대는 한밭대와, 부산대는 부산교대와 통합을 추진 중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중구 LW 컨벤션에서 열린 2023년 글로컬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리적으로 가까운 대학끼리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순탄하지는 않다. 부산교대는 부산대와의 통합을 위해 2021년 양해각서(MOU)까지 맺었지만 부산교대 동문과 학생 반발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는 2021년 이후 통합을 멈췄다가 최근 다시 공청회를 진행해 학내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충남대와 한밭대는 통합을 전제로 정부의 글로컬 대학 사업에 참여하기로 하며 통합 기본원칙(안)을 공개했다.

대학가에서는 1개 시도에 1개 국립대만 두자는 ‘1도 1국립대’ 모델이 자연스레 정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2학년도 기준 국내 4년제 국·공립 대학은 45곳이다. 시도마다 2~5개 국·공립대(캠퍼스 포함)가 있다. 현재 17개 시도 중 9곳은 고3 학생보다 국립대 모집정원이 많다.


시작은 국·공립대→사립대로 논의 확산할까


국립대에서 시작된 통합 움직임이 사립대까지 이어질지도 관건이다. 대학가에서는 같은 법인 산하의 일반대학과 전문대 통합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일 법인 산하의 경주대와 서라벌대, 수원대와 수원과학대 등이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한 지방대 총장은 “재단이 다른 사립대끼리는 재산이나 교직원 통합 문제 해결이 어렵지만 같은 재단 내 대학들은 이런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합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한 지역 국립대 관계자는 “대학이 먼저 혁신을 하고 통합을 해야지, 통합만 한다고 혁신이 되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대학 관계자도 “글로컬 대학 사업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만든다는 게 목표인데, 경쟁력 없는 대학들끼리 뭉친다고 변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민지·이후연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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