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2만7000㎞ 날아다니는 우주 쓰레기…불태워 버릴 수 있다? [트랜D]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캐나다우주국(CSA)이 달 유인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젝트'를 수행할 우주 비행사 4명을 선정했습니다. 반세기 만에 달에 가게 될 우주 미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스페이스X와 아마존 등 대형 IT 기업과 우주 로켓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우주선과 로켓 개발, 인공위성 발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매켄지는 우주를 기업 전략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고, 우주 산업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도 투자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주를 대상으로 한 산업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 산업에 뛰어든 많은 민간 기업이 우려하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지구를 둘러싼 수많은 우주 쓰레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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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 다한 인공위성, 우주 쓰레기로 전락
로켓이 우주로 나아가거나 인공위성을 제자리에 위치시키기 위해선 방해물이 없어야 하는데, 현재 지구 궤도에는 수많은 인공위성과 로켓 잔해물 등 우주 쓰레기가 떠다니고 있습니다. 지구 궤도 상에 머무는 인공 물체 약 2만6000여개 중 현재 운영 중인 약 7000여대의 인공위성을 제외하면 나머지 1만9000개는 모두 우주 쓰레기입니다.
1957년 첫 인공위성을 발사한 이래로 인공위성은 수많은 TV와 라디오 채널, GPS(위치추적장치), 일기 예보, 인터넷·통신 연결 등 일상에서 수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핵심 존재입니다. 지구 상공에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거대한 인공 물체 덕분에 현재의 삶이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는 건 정교한 기술로 제작한 기기를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우주로 날려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내면 문제가 생겼을 때 고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고장 나거나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은 그때부터 핵심 존재가 아니라 위험 요소가 됩니다.
우주 정거장이나 허블 망원경 같은 대형 우주 연구 시설은 문제가 발생하면 우주 비행사와 기술자가 우주 왕복선을 타고 직접 우주로 나가 수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인공위성은 일부러 궤도로부터 이탈, 추락시켜 소각하거나 태평양 한가운데로 떨어트려 우주에서 치우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 궤도에 그대로 둬 우주 쓰레기로 남기거나 위성을 수리하고 다시 살려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인공위성, 치우거나 수리하거나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우주에는 약 1억7000만개에 달하는 우주 쓰레기가 있습니다. 작동하지 않는 인공위성 외에도 남은 로켓 부스터나 충돌로 인해 부서진 기계 잔해 등입니다. 실제로 몇 ㎝에 불과해 추적이 어려운 작은 파편까지 포함하면 우주 쓰레기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우주 쓰레기가 그냥 평화롭게 지구 주위를 돌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시속 1만7000마일(약 2만7300㎞)에 달하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다른 위성이나 우주로 나아가는 우주선에 엄청난 위협입니다. 2009년엔 버려진 러시아 우주선이 통신 위성인 이리듐의 위성에 충돌해 위성이 파괴되고 수천 개의 우주 쓰레기가 더 생겨난 일도 있었습니다.
최근 우주 산업이 발전하면서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유럽우주국은 2025년부터 우주 쓰레기를 제거할 임무를 주도할 업체로 '클리어스페이스(Clear Space)'를 선정했습니다. 2018년에 설립된 스위스의 우주 스타트업 클리어스페이스는 팔이 네 개 달린 로봇을 개발합니다. 이 로봇이 지구에서 약 664~801㎞ 사이에 머무는 우주 쓰레기를 청소합니다. 로봇의 팔이 우주 쓰레기를 붙잡고 나면 안전하게 지구 대기권으로 내려보내 연소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일본의 '아스트로스케일(Astro scale)'은 올해 초 시리즈 G 라운드에서 7600만 달러 이상을 유치하는 등 누적 투자금만 3억7600만 달러에 달하는 우주 산업 스타트업입니다. 우주선 간 도킹 기술 개발과 인공위성 도킹을 통한 수명 연장 서비스, 우주 쓰레기 수거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자석을 활용해 우주 쓰레기를 끌어모으거나 거대한 그물을 활용해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식 등도 연구합니다.
나사는 인공위성을 다시 살리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함께 인공위성을 되살릴 수 있는 로봇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1999년 4월 발사된 랜드샛 7호(Landsat 7) 위성은 20년 이상 지구 주위를 돌며 많은 지구 표면 이미지를 촬영해 지구로 전송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연료가 부족해지면서 사실상 수명이 다했습니다. 나사의 계획은 랜드샛 7호와 같은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이나 망가진 인공위성에 로봇 팔과 연료 주입 장치, 카메라 등이 부착된 로봇을 보내 연료를 추가하고 수리하는 계획입니다.
이 프로젝트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로봇이 움직이는 위성을 잡는 기술도 쉽지 않고 안테나나 태양광 전지판 같은 부품은 약해서 자칫하면 부서질 수 있습니다. 지상과 우주에서 통신할 때 통신 지연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 요소를 고려해 인공위성을 수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주서 발생한 쓰레기, 우주서 직접 처리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거나 인공위성을 수리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이나, 장기적으로는 궤도 내 인공위성이나 로켓 조립과 제조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부품을 지구에서 실어 나르는 방식보다는 우주에서 3D 프린팅과 유사한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탄소 섬유나 기타 우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재를 기반으로 부품을 직접 제작하고 인공위성 수리에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기술이 현실화하면 인공위성 수리를 위한 별도의 정거장을 만들어 필요 부품을 우주에서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인공위성을 수리하는 로봇의 연료 충전이나 부품 수급도 가능합니다.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거나 수거해 재생하는 작업도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현재로는 감당할 수 없는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고 인공위성과 우주 정거장 등을 수리하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윤준탁 비트블루 C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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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탁 비트블루 CSO는 웹3 전문 기업인 비트블루를 공동창업했다. SK플래닛, 한국IBM 등에서 근무했으며 뉴욕대학교에서 기술경영 석사를 취득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많고 웹3.0과 디지털 경제 등 IT 분야에 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
윤준탁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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