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도 낮춰라…고심하는 美동맹"
미국과 동맹국들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과의 광범위한 무역·투자 관계는 지속하되, 전략물자를 중심으로 대(對)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노골화하는 미·중 패권갈등 외에도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에너지 수출 무기화에 나선 러시아의 사례가 중국에 대한 시각까지 바꾸는 교훈이 됐다는 평가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을 비롯한 미국과 주요 동맹국들 사이에서 향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거나 또 한 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확산할 경우 중국이 러시아처럼 주요 전략물자, 핵심 자원의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방 고위 경제관료들은 자국 투자, 전문기술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군사적 야심을 노골화하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경계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지난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춘계총회에서도 논의됐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일본 등 G7 국가들은 이 자리에서 공급망 강화를 위한 새로운 이니셔티브에도 합의했다. 전기차 모터, 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주요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재정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는 물론, 중국에 대한 서방의 경계감을 한층 키우는 계기가 됐다. 세계 2위 가스 생산국인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맞서 유럽지역에 천연가스 수출을 제한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러한 러시아의 행보는 이미 팬데믹 이후 각국별로 '공급망 재편' 필요성이 대두한 상황에서, 중국을 비롯한 자원부국들의 '자원 무기화'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공포를 부추겼다. 말 그대로 자원이 국제정치의 무기가 된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광물 등 자원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중국은 첨단제품과 전투기 등에 들어가는 희토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코발트, 망간 등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배터리 주원료인 니켈의 3대 생산국으로 꼽힌다.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부 장관은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전략적 선택은 공급망 회복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동료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닐스 아넨 독일 외무부 장관은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 수출에 의존해온 점을 지적하며 "우리는 러시아와 관련해 저지른 오산, 실수를 다른 대국들에게서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넨 장관은 "디커플링(탈동조화) 정책은 시행하고 싶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주요 국가들로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구체적인 정책 조치 과정에서 세계 성장을 저해하거나 노골적인 갈등 구도를 만드는 것 또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세계 경제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 대 중국·러시아 등 노골적인 무역 블록 간 경쟁으로 분열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쏟아진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냉전이 다시 반복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문제는 세계를 새로운 냉전으로 몰아넣지 않으면서 공급망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공급망을 동맹국, 우방국 중심으로 재배치하는 '프렌드 쇼링'을 언급하며 "글로벌 자원의 효율적 배치 등 개방무역의 이점이 프렌드 쇼링을 통해 유지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간 미국은 자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며 노골적으로 중국을 배제하고자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지원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CSA) 등을 지난해 잇달아 통과시킨 것도 이러한 일환이다. 중국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방법을 검토 중인 미국은 이후 다른 서방 동맹국들까지도 이러한 대열에 합류할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 당국이 군사력 증강과 관련된 부문을 중심으로 대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방법을 저울질해왔다면서 양자 컴퓨팅 및 첨단반도체에 대한 미국 사모펀드, 벤처 캐피탈의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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