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돈봉투, 왜 300만원?

남도영 2023. 4. 18. 04:1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08년 한나라당 7·3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은색 뿔테 안경을 낀 30대 남성이 고승덕 의원실을 찾아와 여직원에게 300만원이 든 노란색 돈봉투를 건넸다.

최근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에서 현역 의원들에게 뿌려진 돈봉투 금액은 300만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13년이 지났는데도 전당대회 의원용 돈봉투 액수는 300만원이다.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의원들도 300만원을 뇌물이라기보다 활동비나 격려금 정도로 느꼈을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도영 논설위원


2008년 한나라당 7·3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은색 뿔테 안경을 낀 30대 남성이 고승덕 의원실을 찾아와 여직원에게 300만원이 든 노란색 돈봉투를 건넸다. 남성이 들고 있던 쇼핑백 크기의 가방 안에는 노란색 봉투들이 잔뜩 있었다고 한다. 돈봉투 안에는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명함이 있었다. 고 의원은 돈봉투를 다시 돌려줬다. 한동안 잊혔던 사건은 고 의원이 2011년 자신이 연재하던 경제신문 칼럼에 돈봉투 얘기를 썼고, 2012년 종편 방송에서 다시 돈봉투 얘기가 거론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놀란 한나라당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박 전 의장은 불구속기소 됐다. 뿔테 안경 남성은 박 전 의장의 보좌관 출신이었다.

최근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에서 현역 의원들에게 뿌려진 돈봉투 금액은 300만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13년이 지났는데도 전당대회 의원용 돈봉투 액수는 300만원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왜 300만원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선 국회의원 출신의 한 정치인은 오래전 사석에서 “개인적으로는 후원금이 300만원 넘어가면 부담이 생긴다”고 말한 적이 있다. 300만원이 넘어가면 대가성이라는 인식이 생긴다는 의미였다. 2010년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서 ‘용전(用錢) 효과’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로비 자금 액수는 상대방의 생각보다 적어서도 안 되고 많아서도 안 되는 적절한 범위에서 정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전당대회 후보를 돕는 국회의원에게 300만원은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 성의 표시인 모양이다.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의원들도 300만원을 뇌물이라기보다 활동비나 격려금 정도로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관행이란 이유로 무심코 받은 300만원이 패가망신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 당시 검찰은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들었다. 가방 안에 있던 노란색 돈봉투들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다. 윤석열정부 검찰은 그럴 것 같지 않다.

남도영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