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탄소중립 정책, 답은 소통과 시장

2023. 4. 18.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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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세종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앞에서 '414기후정의파업'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는 350개 단체 소속 회원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에너지·환경 정책 관련 공무원과 시민단체와 교류를 하면서 느낀 점은 정부가 기업과는 자주 대화를 하면서 시민단체는 소외를 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정부와 시민단체 모두에 부탁드리는 것은 '시장'을 이해하고 활용해달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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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식(ESG네트워크 대표·고철연구소장)


지난 14일 세종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앞에서 ‘414기후정의파업’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는 350개 단체 소속 회원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에너지·교통 공공성 강화, 생태학살 개발사업 중단,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 부과,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폐기 등을 요구했다. 작년 9월 24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924기후행진’에 이어 반년 만에 다시 대규모 집회가 열린 것에 대해 정책 당국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과 관련, 최근 정부는 두 가지 정책에서 전임 정부와 다른 발표를 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과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탄녹계획)이다. 두 계획 모두 윤석열정부와 문재인정부의 에너지·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인식 차이를 나타냈다. 전기본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문정부는 30.2%였으나 윤정부는 21.6%로 낮췄다. 탄녹계획에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NDC) 목표 중 산업 부문 감축률은 문정부는 14.5%였으나 윤정부는 11.4%다. 이런 정책 변화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소통은 거의 없었다.

에너지·환경 정책 관련 공무원과 시민단체와 교류를 하면서 느낀 점은 정부가 기업과는 자주 대화를 하면서 시민단체는 소외를 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실상은 경제단체나 업종별 단체와의 대화가 있을 때 일부 기업의 애로사항을 들어줄 뿐이다. 이번 탄녹계획에 반영된 산업 부문 감축률은 탄녹위 내에 운영 중인 업종별·부문별 협의회에서 논의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낮춘 산업 부문 목표가 기존 업종별로는 언제,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 안 되는지 걱정이 된다. 그리고 협의회 참여자가 기존 사업자 단체여서 신규 감축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등 새로운 산업(기업)의 성장을 막는 것은 아닌지 국가 전체적인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만 시민단체는 정부와 기업 간에 암묵적 밀당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는 것 같다.

다양성이 존재 이유인 시민단체에 무리한 부탁일 수도 있겠지만 시민단체도 경제단체 같은 대표성 있는 대화기구(협의체)를 구성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상시기구가 안되면 사안별로 해도 좋다. 직접 들어본 정부 관계자들의 고충은 ‘시민단체는 모두 개별적으로 상대해주기를 원한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대표성 있는 협의체가 어렵게 구성이 됐음에도 진행 과정에서 결속력이 허물어져 용두사미화되는 경험도 있다.

다음으로 정부와 시민단체 모두에 부탁드리는 것은 ‘시장’을 이해하고 활용해달라는 점이다. 시민단체는 재생에너지 발전 구성비와 탄소 감축량 모두 오직 ‘목표 수치’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분명히 말하지만 목표 수치는 중요하다. 그러나 수치 목표 달성은 구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 기능에 달려 있다. 그런데 배출권은 거래시장은 있으나 거의 작동이 안 되고 있고, 재생에너지는 시장 자체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시장이 없다. 이 점에 대해선 시민단체도 전력 소매시장 개설(민영화가 아님)을 요구하고, 정부도 답을 해야 한다.

정부가 바뀌어도 본질이 뒤집히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경제 정책이 두 가지 있다. 바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배출권 거래제다. 두 정책의 공통점은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격한 토론을 통해 민주적으로 결정했다는 점과 시장과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탄소중립 정책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권 편향적으로 결정하다 보니 지속성이 없어졌다. 지금이라도 정부·기업·시민단체 대표자 간에 ‘시장’에 대한 공개적 숙의를 해야 한다.

김경식(ESG네트워크 대표·고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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