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전기차 보조금 16개차종 공개…현대차·기아 제외
NYT "현대차 등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17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에 따라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16개 전기차 대상 차종을 발표했다. 예상대로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한 한국, 독일, 일본 브랜드들은 모두 제외됐다.
미 재무부가 이날 공개한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3·모델Y, 쉐보레 볼트·이쿼녹스·블레이저·실버라도, 포드 E-트랜짓·F150 라이트닝·머스탱 등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물론, 독일과 일본 브랜드도 요건을 맞추지 못해 명단에서 빠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독일 등 동맹국의 차량도 제외됐다. 명단에 해외 자동차 브랜드는 없다"며 "현대차와 같은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은 앞으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라고 전했다.
작년 8월 미 의회를 통과한 IRA는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형태로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특히 올해부터는 북미산 조립 요건 외에도 더 엄격해진 배터리 요건까지 충족해야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전체적인 대상 자체가 확 줄었다. 북미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닛산은 물론, 일부 미국산 전기차도 배터리 요건을 맞추지 못해 이번 명단에서 제외됐다.
최근 공개된 세부 지침에는 올해부터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라 하더라도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시 3750달러 ▲미국이나 FTA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 사용시 3750달러가 각각 지급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세부지침에 따라 전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대상 차종의 수는 대략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며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우려했던 부분이 공식화된 것"이라고 전했다. 최대 7500달러 전액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은 10개, 부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은 6개로 파악된다. 포드 머스탱·E트랜짓, 테슬라 모델3 중 스탠더드 레인지버전 등을 포함한 전기차들은 보조금이 3750달러로 축소됐다.
이번 IRA 세부지침은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주요 공급망에서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 일환이다. 보조금 대상에서 배제된 자동차기업들로선 상대적으로 전기차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GM의 폴 제이콥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NYT에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반면 현대차 북미법인의 호세 무뇨즈 사장은 이달 초 뉴욕국제오토쇼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6가 올해의 차로 선정됐음에도 IRA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에 대해 "행복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대차와 한국 정부측이 바이든 행정부에 북미 공장이 건설되는 동안 보조금을 받는 방안 등을 요청했으나 예외는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는 같은 날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추가 대책도 공개했다.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2030년까지 신규 판매 자동차의 5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 달성을 위해 민간 및 공공 부문 전기차 대책을 발표한다"며 "이는 미국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제조업 부흥을 위한 '인베스트 아메리카' 대책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대책에는 우버를 비롯한 차량 공유 서비스가 동참했다. 우버는 소속 운전자들의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자체 '그린 퓨처'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말까지 플랫폼을 통한 전기차 주행을 4억마일(약 6억437만km)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집카는 소속 전기차의 25%를 취약 계층에 할당하기로 했다. 엑셀 에너지와 콜로라도 카 셰어 등 업체는 별도의 전기차 공유 프로그램도 시작한다. 이밖에 2030년까지 전국의 월마트 및 샘스클럽에 충전 시설을 설치하는 등 지역별 거점 기업과 충전 시설 투자도 진행된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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