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아이폰의 중고품 관리
애플 아이폰이 미국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50%를 넘긴 건 지난해 2분기였다. 그런데 이 통계에 사용된 지표는 신규 폰 판매가 아니라 활성 설치 기반, 즉 현재 소비자들이 사용 중인 폰의 숫자다. 지난 몇 년 동안 아이폰 사용자를 지켜봤다면 눈치챘겠지만, 예전처럼 새로운 버전의 폰이 나올 때마다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 결과, 새로운 버전이 나오면 빠르게 물갈이가 되는 현상이 줄어들고, 사람들은 예전 아이폰을 들고 다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기사에서 이 상황을 두고 “스마트폰 시장이 중고차 시장을 닮아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비싼 기기를 몇 년 쓰고 새로운 기기로 교체하는 대신 아이들에게 물려주거나 되팔기도 하고, 무엇보다 본인이 잘 관리해서 오래 쓴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오래된 아이폰도 꼼꼼하게 챙기는 애플의 노력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온 지 5, 6년 된 아이폰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지원해주는 건 마치 자동차 회사들이 중고차 가격을 관리하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해서 신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런 중고품 관리는 궁극적으로 ‘아이폰=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굳혀서 소비자들이 비싸도 아이폰을 선택하게 할 뿐 아니라, 활성 사용자를 늘려주기 때문에 애플이 서비스 부문 매출을 늘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한 분기 앱스토어를 통한 판매와 아이클라우드, 애플 뮤직 등 비 하드웨어 매출이 기업 전체 매출의 17%를 차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특히 서비스 부문은 이익 마진이 커서 애플의 경우 무려 71.5%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중고폰 관리가 애플에 중요한 이유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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