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수사와 달랐다…이재명 ‘전대 돈봉투’ 사과

성지원 2023. 4. 1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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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17일 공식 사과했다.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실시된 지 닷새 만이다.

이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 시작에 앞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아직 사안의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송영길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을 요청한 사실도 공개했다. ‘돈봉투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두 의원과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은 모두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캠프에서 활동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프랑스로 출국해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 교수로 체류하며 오는 7월 귀국할 계획이었다.

다만 이 대표는 “당이 이번 사안을 사실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전날 민주당이 밝힌 자체 진상 규명에는 거리를 뒀다. 이 대표는 대신 검찰을 향해 “신속·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권칠승 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자체조사가 여러 여건상 여의치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 셀프 조사가 셀프 면책해 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방해가 될 거란 지도부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내 “검찰 못 믿겠다더니 검찰에 맡겨” 송영길 “이재명과 통화…곧 입장 낼 것”

이 대표는 검찰 압수수색 다음 날만 해도 “진술을 통해 객관적 진실을 왜곡·조작하는 검찰의 행태가 일상이기 때문에 잘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사무부총장과 윤 의원, 이 의원이 나눈 음성 녹취가 연일 보도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이 대표는 전날 열린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 “이런 문제는 국민 의구심이 커지기 전에 빠르게 사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 판단 뒤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눈에 띄는 점은 송 전 대표의 귀국을 요청한 대목이다. 그동안 당내에선 송 전 대표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를 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시각이 많았다. 특히 이 대표가 지난해 6월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지역구(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뒤로는 ‘이심송심(李心宋心)’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런 이 대표가 ‘송영길 귀국’을 언급한 것은 결국 당시 상황을 해명할 사람이 송 전 대표밖에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송 전 대표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 어젯밤 통화하면서 이 대표의 말씀을 충분히 이해했고, 내 입장도 충분히 설명해 드렸다”며 조만간 귀국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다만 돈봉투 의혹에 대해선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공식 사과에도 당내에서는 “결국 지도부가 취한 조치는 아무것도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 중진 의원은 “이건 검찰에 맡겨둘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조치해야 한다. 당 자체적으로 엄정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직선거에선 적은 돈이라도 주고받으면 당선도 무효로 하고 출마도 하지 못하게 처벌받는다”며 “그에 준하게끔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선 “이제까지 검찰은 못 믿겠다고 비판했는데, 이제 와서 검찰에 맡긴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소리도 나왔다. 또 당장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자진 탈당 내지는 출당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결국엔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것”이라며 “겨우 당 지지율이 회복 중인데, 탈당·출당이 없이는 방어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명계에서는 “출당이든, 징계든 이 대표가 결단해야 하는 문제인데, 이 대표 스스로가 사법리스크의 족쇄를 차고 있는데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도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온갖 정의로운 미사여구로 국민 표심을 사려고 했던 민주당이 알고 보니 뒤에서는 돈봉투를 살포하며 금권선거를 자행했다”며 “국민적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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