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보 비대칭 해소해야 전세 사기 피해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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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왕’ 전세 사기 피해자들 벌써 세 번째 극단적 선택
가격 부풀리는 ‘업 감정’ 막아 시장정보 투명성 높여야
전세 사기를 당한 청년들의 비극적 선택이 잇따르고 있다. 125억원대 전세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른바 인천 ‘건축왕’의 피해자인 20대 청년 A씨가 지난 14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데 이어 같은 사건의 피해자인 30대 여성 B씨도 어제(17일)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월 전세보증금 7000만원을 받지 못한 30대 피해자 C씨가 사망한 이후 벌써 세 번째다.
주로 20~30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전세 사기가 활개를 치자 정부는 지난 2월과 3월 전세 사기 피해 지원 대책을 연이어 내놓은 바 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당장 오갈 데 없어진 피해자를 위해 시세의 30% 수준으로 6개월간 거주할 수 있는 긴급 주거를 제공하고, 대출 만기 연장과 저리의 전세대출 등 금융지원도 담았다. 지난해 9월엔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도입, 피해자의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제공해 왔으나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부족했던 셈이다.
이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보증금을 선 지원한 후 악성 임대인의 재산 추적 등을 통해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앞서 관련 피해자단체도 비슷한 요구를 했다. 피해자들의 딱한 사정은 안타깝지만 말처럼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사실 지금도 집주인이 전세금을 주지 않을 때 대신 주는 제도가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상품이다. 상품 약관상으론 1개월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엔 전세금을 돌려받기까지 평균 56일 걸렸고, 올해는 3개월 넘게 전세금 반환이 지연돼 피해자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보증 사고가 1조1726억원에 달할 만큼 급증한 게 주요인이다. 더 큰 문제는 반환 보증이 아예 중단될 우려마저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HUG는 자기자본의 60배까지만 보증을 발급할 수 있는데 이미 54배로 한도가 거의 찼다. 서민들의 전세금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지지 않으려면 서둘러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전 예방 조치도 필요하다. 보증 사고 급증은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자연스레 깡통전세나 역전세난이 불거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가 감정평가사와 공모해 집값을 부풀리는 이른바 ‘업(up) 감정’ 수법을 동원한 전세 사기가 횡행한 게 사고를 키운 게 사실이다. 신축 빌라처럼 세입자가 정확한 시세를 알기 어려운 부동산 시장의 정보 비대칭이 피해자를 양산하는 구조다. 피해자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인천시 미추홀구에서만 전세 사기 피해가 3000가구에 이른다. 비극이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는 기존 대책에 안주하지 말고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줄 실질적인 구제책도 더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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