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신입생들 ‘신바람 투구’
‘구관이 명관’이란 속담이 있지만, 올해 프로야구에선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올 시즌엔 ‘신관이 명관’이란 말이 피부에 더 와닿는다. 새로 등장한 외국인 투수들이 시즌 초반부터 만만치 않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NC 다이노스의 에릭 페디(30)와 KT 위즈 보 슐서(29), KIA 타이거즈 숀 앤더슨(29·이상 미국)이 주인공이다.
올 시즌 NC 유니폼을 입은 페디는 지난해 12월 계약 당시부터 화려한 이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2014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이다. 워싱턴 내셔널스가 1순위로 그를 뽑았다. 2017년 빅리그 데뷔 후에는 5선발로 뛰면서 가능성을 보였고, 스윙맨으로 뛴 2019년에는 워싱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에도 힘을 보탰다. 2021년과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선발로 27경기에 출전했다.
페디는 양쪽으로 휘는 투심 패스트볼을 비롯해 커터,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공을 던진다. 상대 타자들이 “똑바로 오는 공이 없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NC는 페디를 몇 년 전부터 눈여겨봤고,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 FA 자격을 얻자 영입 총액 상한선인 100만 달러를 주기로 하고 계약을 마쳤다. 페디는 3월 시범경기에서부터 잇따라 호투하면서 일찌감치 한국 무대 적응을 마쳤다. 이어 개막 후 3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0.47(19이닝 1자책점)로 에이스다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시즌 초반 NC의 상승세에는 그의 역할이 크다. NC 강인권 감독은 “페디가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벌써 KBO리그에 녹아든 느낌”이라고 호평했다.
KT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 슐서도 시즌 초반부터 활약하고 있다. KT는 지난 3년간 마운드를 책임졌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결별했다. 대신 영입한 선수가 슐서다. 슐서의 메이저리그 경험은 많지 않다. 지난해 10경기에 나왔을 뿐이다. 그러나 올 시즌 KBO 리그에선 벌써 2경기에 나와 1승 1패 평균자책점 0.69(13이닝 1자책점)를 기록 중이다.
슐서는 빠른 템포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이다. 다른 투수보다 반 박자 빠른 리듬으로 상대 타자를 어렵게 만든다. 슐서의 공을 받는 KT 포수 장성우는 “신속한 투구는 결과적으로 경기 템포를 끌어올려 수비수들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 슐서가 등판하는 날이면 야수진이 편안하게 수비를 한다”고 설명했다.
앤더슨은 17일 현재 최하위로 처진 KIA의 희망이다. KIA는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투타의 밸런스마저 무너진 상황이지만, 앤더슨이 그나마 중심을 잡아주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
앤더슨의 가장 큰 장점은 이닝 소화력이다. 개막 초반 3경기에서 벌써 21이닝을 소화했다. 대다수 투수가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앤더스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17일 현재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가 바로 앤더슨이다. 개막 초반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12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7이닝 3피안타 무실점(7탈삼진)으로 호투하면서 마수걸이 승리도 챙겼다.
반면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와 찰리 반즈, 삼성 라이온즈 앨버트 수아레즈,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 등 한국 무대 경험이 많은 외국인 투수들은 초반부터 고전하고 있다. 반즈는 지난 16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와 3분의 2이닝 동안 8실점(피안타 10개) 하면서 무너졌다. 스트레일리도 올 시즌 3경기에 나와 승리 없이 2패만을 기록 중이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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