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부캐만 11개…법사 도기 촬영하고 이틀 앓아누웠죠”
“다 드러난 (연기) 밑천을 어떻게 다시 채울 것인지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을 시작했죠.”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제훈은 “연기 소스·스타일 등 제가 준비했던 것들을 모두 꺼내 ‘모범택시2’에 담았다”며 드라마 종영 후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고 밝혔다. 드라마의 성공에도 ‘현실 안주’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이제훈 주연의 SBS 금·토 드라마 ‘모범택시2’는 지난 15일 최종화에서 시청률 21%(닐슨코리아, 전국)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2년 전 방영한 시즌1(최고시청률 16%)을 넘어서는 성과다. 시즌3 제작도 확정됐다.
이제훈은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시즌제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면서 “한 번의 드라마로 휘발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기대하는 시즌제로서 ‘모범택시’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기뻤고 그래서 더욱 작품 완성도에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캐릭터의 흡입력이다. 택시기사 김도기 캐릭터를 진중하고도 유쾌하게 표현한 이제훈의 연기는 드라마 흥행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그는 “시즌1에서 했던 캐릭터를 반복 재생하면 식상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을지 가장 크게 고민했다”고 했다.
죄수·의사·가드 등 11가지의 능청스러운 부캐(부캐릭터) 연기는 다채로움을 더했다. 드라마를 집필한 오상호 작가도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이제훈의 연기 덕분에 모든 부캐가 다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부캐를 묻자 법사라고 답했다. “신을 모시는 의식을 진행하는 과정을 옆에서 실제로 보고 제 방식대로 신명나게 표현했는데, 촬영 후 집에 돌아가서 이틀을 앓았다”면서 “작두 탈 각오까지 하고 임했는데,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부캐였다”고 했다.
이제훈은 ‘모범택시2’를 통해 문화 콘텐트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드라마는 해외 취업 사기, 아동 학대, 부동산 불법 브로커 등 신문 사회면을 장식한 실제 사건들을 다뤘다. 그중 사이비 종교단체, 클럽 게이트 에피소드는 사전 제작임에도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시점과 절묘하게 타이밍이 맞아 떨어졌다.
그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사건들은 계속해서 반복 재생되고 있다”며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메시지를 가볍지만은 않은 마음으로 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6년 단편 영화 ‘진실 리트머스’로 데뷔한 이제훈은 영화 ‘파수꾼’(2010), ‘고지전’(2011), ‘건축학개론’(2012)과 드라마 ‘시그널’(tvN, 2016) 등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데뷔 17년 차인 그에게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연기할 수 있는 동력을 물었다. 그러자 “인생에 남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고, 그것이 배우로서의 원동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모범택시’ 시즌3에 대해서는 “정식 제안을 받진 않았지만 시즌3를 하게 된다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차기작인 영화 ‘탈주’는 연내 개봉 예정이며, 배우 유해진과 함께하는 영화 ‘모럴 해저드’는 얼마 전 촬영에 들어갔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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