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확장억제에 집중하는 미국…한국만 ‘핵 인질’ 우려
2023년 북한의 핵·미사일 ‘질주’에 한·미가 대북 확장억제 강화에만 집중하면서 국내외에서 결국 한국과 일본이 조만간 북한의 ‘핵 인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여덟 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포함해 모두 73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서도 ICBM 세 차례를 포함해 아홉 차례나 미사일을 쐈다. 국내에서 ‘도발의 일상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북한은 지난 13일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을 이틀 앞두고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 화성-18형을 새로 공개했다. 연료 주입이 필요 없어 발사 준비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에서 한·미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뒤흔들 사안이었다. 그런데 이후 한·미를 포함해 국제사회의 대응은 우려 표명과 규탄뿐이었다.
당일 경보 발령까지 내린 일본과는 달리 한국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당일 북한이 화성-18형을 발사한 직후 개장한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상승세로 출발하더니 전날보다 2.78포인트 올랐다. 과거 북한의 중대 도발 때 보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익명을 원한 안보 당국 관계자는 17일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한 확장억제 전략을 강화해 북한 도발에 대한 지나친 우려가 해소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북한의 도발 질주는 한국을 사실상의 ‘핵 인질’로 삼아 핵보유국을 인정받는 수순으로 나아가려는 의도”라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메커니즘은 작동을 멈춘 지 오래다. 한·미·일 3국은 대북 제재망을 더 촘촘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노골적인 ‘북한 편들기’로 개점휴업 상태다. 각국의 독자 제재 역시 중·러라는 ‘뒷문’이 열리면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로 인해 북한은 핵 개발 속도전에 나설 시간을 벌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북한 문제가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미·중 패권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 vs 러시아’ 대립구도를 최대한 활용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돌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정책 변화가 미국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2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 본토를 겨냥한 전략핵무기에서 한국과 일본,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되는 미군 전력을 목표로 하는 전술핵무기 개발로 방점을 옮겼다.
김 위원장이 지난 10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대회에서 남한의 특정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사진은 이 같은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정대진 교수는 “북한은 완성 단계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는 다양한 전술핵무기를 통해 한국은 물론 주한미군에 대한 핵 위협을 강화해 한반도 상황을 주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데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안일한 대응을 하는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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