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발가락에도 관절염이? 무지 강직증, 통풍과 달라요

민태원 2023. 4. 1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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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열감·부종 등 증상은 비슷
높은 굽 구두 여성 등 주로 발생
심할 땐 골극 절제술 등 치료 필요
바른세상병원 김동민 수족부센터장이 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해당 부위를 살펴보고 있다.


평소 축구를 즐기는 이모(52)씨는 얼마 전부터 힘을 줘도 엄지 발가락이 잘 움직여지지 않아 힘겨워하고 있다. 그간에도 간혹 엄지 발가락에 통증이 있었지만 참고 지내왔다. 그런데 이제는 걸을 때 엄지에 힘을 주면 통증이 너무 심해 자연스레 새끼 발가락에도 힘을 주고 걷게 돼 걸음걸이가 이상해졌다. 역시 요즘 들어 엄지 발가락 통증으로 걷기조차 힘들다는 주부 최모(61)씨도 “엄지 발가락이 바깥으로 휘는 무지 외반증이 아닐까 했는데, 발가락 변형이 심하지 않고 비탈길 보다는 평지를 걸을 때 유독 통증이 심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진단받은 병명은 ‘무지 강직증’. 즉, 엄지 발가락에 생긴 퇴행성관절염이다. 흔히 관절염 하면 무릎이나 엉덩이(고관절)에 발생한다고 생각되기 쉽지만, 인체는 무려 360개 관절로 이뤄져 있고 연골이 존재하는 모든 부위에 관절염이 생긴다. 그 중 몸 전체를 지탱하는 발에 발생하는 관절염으로 대표적인 게 무지 강직증과 발목 관절염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전문 바른세상병원이 최근 3년간(2020~2022년) 족부 관절염으로 내원한 2556명을 조사한 결과, 9.9%(254명)가 무지 강직증이었고 나머지 대부분은 발목 관절염이 차지했다. 환자의 80%가 50~70대였고 남성 보다 여성 비율이 다소 높았다. 이 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인 김동민 수족부센터장은 17일 “발이나 발목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족부 환자가 해마다 증가 추세이며 보행의 어려움을 겪는 무지 강직증과 발목 관절염 등은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치료 기간이 길고 복잡해질 수 있다. 특히 50대 이후 여성들은 수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엄지 발가락에 관절염이 생기면 발가락이 위로 잘 안 움직여지고 발등 쪽으로 들어올리려 할 때 통증이 나타난다. 무지 강직증은 특이하게 연골 손상과 함께 관절을 이루는 ‘중족골’의 발등 부위에 뼈가 가시처럼 자라나는 골극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엄지 발가락을 위로 들어올리거나 뒤꿈치를 드는 동작에서 발가락 뼈와 골극이 부딪히면서 관절 움직임이 감소하고 통증을 일으킨다. 발가락 관절 부위에 뼈가 자라기 때문에 겉으로 볼 때 튀어나와 보이고 걷기나 운동 등 일상생활 중 통증과 부기가 있을 수 있다. 맨발로 걷거나 뒷굽 높은 신발을 신을 때 통증이 악화된다.

김 전문의는 “골절 등 반복된 외상, 엄지 발가락에 무리한 힘이 지속 가해지거나 발가락이 많이 꺾이는 운동·자세로 인해 관절 연골 손상이 생기고 무지 강직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격투기·유도 등 겨루기 위주 운동, 축구나 야구(특히 투수)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하이힐을 자주 신는 여성의 경우 엄지 발가락 관절이 휜 상태가 장시간 유지되기 때문에 연골 손상, 관절염 발병 위험이 높다. 또 선천적으로 엄지 발가락 관절 모양이 불규칙하거나 발등뼈가 긴 경우, 평발 등 발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관절염이 생기기 쉽다.

엄지 발가락이 새끼 발가락 쪽으로 휘면서 안쪽 뼈가 튀어나온 부위에 염증성 통증을 겪게 되는 무지 외반증과는 구분이 필요하다. 이는 뾰족한 구두 등에 의한 발의 변형이 주 증상이며 무지 강직증은 통증과 관절 운동의 제한이 특징이다. 무지 외반증으로 관절의 불일치가 발생하면 무지 강직증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무지 강직증은 또 통풍과 증상이 비슷해 혼동할 수 있다. 두 질환 모두 엄지 발가락에 심한 통증과 열감, 부종 등의 공통 증상이 있기 때문이다. 무지 강직증의 경우 가만히 있을 때는 통증이 심하지 않거나 거의 없다. 통풍은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극심하다. 통증 부위도 무지 강직증이 주로 발등 쪽이라면 통풍은 안쪽 관절면에 있는 ‘건막류’에 나타난다.

무지 강직증 초기라면 과도하게 걷는 것을 피하며 굽 낮고 볼 넓은 신발을 신어 엄지 발가락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고 주사나 약물, 물리 치료로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통증이 심하고 강직 증상이 동반된다면 관절염 정도를 고려해 수술적 치료(골극 절제술·관절 유합술 등)가 필요하다.

족부 관절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발목 관절염은 발목 염좌(삠)나 골절의 후유증으로 연골이 손상돼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고려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김학준 교수는 “발목을 접질린 후 며칠이 지나도 부어있거나 통증이 계속되고 특히 걸을 때 발목이 불안정하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만성 발목불안정증’을 겪게 되면 발목 연골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발목 관절염으로 진행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관절염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로 만성 통증에 시달린다면 관절 내시경, 발목 고정술, 인공관절수술 등을 고려해야 한다.

김동민 전문의는 “발은 걷거나 움직이는 데 중요한 신체 부위지만 생명과 직결되지 않아 통증이 있어도 방치하거나 말기 관절염으로 진행될때까지 참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향이 있다”며 “치료가 늦어질수록 예후가 좋지 않으므로 발가락에 통증이 있거나 변형이 느껴진다면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발목 외상 후 통증이 한 달 넘게 지속될 경우 반드시 전문의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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